[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충북 제천의 북쪽 산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풍경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진다. 도로의 소음이 사라지고 대신 물결과 바람 소리가 들린다. 그곳에는 천 년 넘는 시간을 담고 있는 호수가 있다. 바로 의림지다. 의림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고대 수리시설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축조 시기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지만 삼한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설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농경 사회에서 물은 곧 생존이었다. 사람들은 산자락 아래 제방을 쌓아 물을 가두고, 그 물을 논으로 흘려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 호수가 지금의 의림지다. 호수 제방에 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보다 나무다. 수백 년 세월을 버틴 소나무들이 물가를 따라 줄지어 서 있다. 이 숲을 ‘제림’이라고 부른다. 허리를 비틀며 물가로 몸을 기울인 노송들은 마치 오래된 풍경화를 현실로 꺼내 놓은 듯한 모습이다. 바람이 잦아드는 오후가 되면 그 풍경은 더욱 또렷해진다. 산 능선이 그대로 호수 위에 내려앉고, 소나무 가지가 물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호수는 거대한 거울이 되어 주변의 풍경을 조용히 품는다. 의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식탁 위에 접시가 없다. 대신 넓고 윤기 나는 초록빛 잎 한 장이 자리를 대신한다. 뜨거운 밥이 올려지고, 카레와 렌틸콩 수프, 코코넛 반찬,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까지 한눈에 펼쳐진다. 인도의 바나나잎 밥상은 ‘자연이 만든 그릇’이자, 인간이 만든 철학적 식사다. 잎에서 나는 은은한 향이 밥에 스며들고, 손끝으로 섞으며 먹는 과정이 오감의 축제가 된다. 플라스틱이나 그릇 대신 잎을 쓰는 이유는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인도인의 지혜다. 여행자는 그 잎 위에서 인도의 시간과 향을 함께 맛본다. 인도 남부에 가면, 식당마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직원이 접시 대신 커다란 초록 잎을 탁자 위에 조심스레 펴 놓는다. 그리고 그 위에 밥과 반찬, 소스, 절임, 튀김이 순식간에 차려진다. 이것이 바로 사파드(Sadya) 혹은 밀스(Meals)로 불리는 인도의 바나나잎 밥상이다. 지역과 종교에 따라 반찬 구성은 달라지지만, 그 철학은 같다. 자연에서 얻은 것은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바나나잎은 인도에서 단순한 식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잎의 매끄러운 표면은 뜨거운 음식의 열을 적절히 흡수하고, 잎사귀에서 나는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베트남 호찌민시 1구, 레 로이(Le Loi) 거리 인근에 자리한 벤탄시장은 17세기 강변 장터에서 출발해,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12년 착공, 1914년 3월 화려하게 문을 연 현재의 건물이 그 중심이다. 습지였던 부지에 세워진 이 시장은 프랑스풍 시계탑과 네 개의 입구로 상징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내부에는 약 1000여 개의 상점이 의류·신발·기념품·식료품·공예품 등을 판매하며 연일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붐빈다. 낮 동안에는 정식 시장 형태로, 해질 무렵에는 바로 인근 거리(특히 판보이차우 Phan Boi Chau 거리)에 노점이 들어서 ‘야시장’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생선구이나 포장마차 음식, 간식거리 등이 저녁 시간대 식사 겸 산책 공간으로 인기를 끈다. 쇼핑 시에는 가격 흥정이 일반적이며, 비슷한 품목이라도 가게마다 가격차가 있으므로 여유를 두고 비교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시장 내부는 인파가 많고 모터사이클이 시장 주변을 오가기도 하기 때문에 소지품 관리도 중요하다. 벤탄시장은 그 자체로 호찌민시의 역사, 문화, 상업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다. 단순한 관광지나 쇼핑몰이 아니라 도시의 ‘살아 있는 중심’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유명하다는 집은 늘 붐빈다. 그러면 여행자는, 붐비는 그 줄의 한 사람이 된다. 도쿄를 처음 찾은 이지호(26) 씨는 ‘SNS 인기 라멘집’을 목표로 신주쿠역 인근의 가게를 향했다. 맛은 보장된다는 후기, 별점 4.7. 도착 예정 시간은 점심 피크 전인 오전 11시 20분. 완벽한 계획이었다. 문제는, 출구를 잘못 나왔다는 것. “도쿄역이랑 신주쿠역, 지하철 출구가 너무 많잖아요. 구글맵이 계속 ‘위성 신호를 재탐색 중’이라 뜨고, 제가 그냥… 길을 잘못 든 거죠.” 애써 다시 찾으려다 포기했다. 배는 고팠고, 다시 지도를 켜기엔 배터리가 12%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눈앞에 보이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찾은 건 지도에 등록조차 안 된 작은 라멘집이었다. 간판도 없었다. 진짜는 조용히 거기 있었다 그 가게는 영어 메뉴판도 없고, 점원도 거의 말을 걸지 않았다. 자판기에서 티켓을 뽑고 자리에 앉았을 뿐이다. 조명이 어둡고, 실내는 낡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편하지 않았다. “라멘이… 너무 진했어요. 국물 맛이 세고, 삶은 계란에서 처음 먹어보는 감칠맛이 났어요. 이름도 몰라요. 지금도요.” 그는 가게 사진을 남기지 않았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레바논은 서아시아에 위치한 중동 국가로, 지중해의 문화적 교차점으로 불린다. 고대 유적과 활기찬 도시 풍경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여행지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복잡한 정치·군사적 현실이 자리하고 있어 여행자에게는 철저한 준비와 주의가 요구된다. 레바논은 통상 표준시(EET, UTC+2)를 사용하며, 매년 늦봄~가을에는 서머타임(EEST, UTC+3)을 적용한다. 따라서 한국(UTC+9)과의 시차는 서머타임 기간에는 6시간, 표준시 기간에는 7시간이다(계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현지 통화는 레바논 파운드(Lebanese Pound, LBP)다. 2019년 이후의 심각한 경제·금융 위기로 LBP 가치는 급락했고, 일상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현금·외화 결제) 사용 사례가 매우 많아진 상태다. 카드·ATM 이용은 대도시의 호텔·대형 상점에서 주로 가능하나, 소상공인·시장 등에서는 현금(특히 달러)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 환전 및 현금 관리는 출발 전 최신 환율과 현지 은행 규정을 반드시 확인하라. ◇ 여행 경보·안전 권고 2025년 기준 우리 외교부는 레바논 전반에 대해 높은 위험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지역별로 3단계~4단계 적용
(뉴스트래블) 정인기 칼럼니스트 = 서울의 한 특급호텔을 예약하던 외국인 관광객 A씨는 결제 단계에서 뜻밖의 추가 요금을 마주했다. 객실 요금 외에 ‘봉사료 10%’가 별도로 청구된 것이다. 팁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 왜 이런 요금이 붙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관광호텔의 봉사료 제도는 소비자 신뢰, 국제 관광 경쟁력, 그리고 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봉사료는 원래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보상으로 부과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개념이 왜곡돼 서비스 품질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10%를 청구하는 관행으로 굳어졌다. 문제는 이 봉사료가 법적 근거 없이,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 없이, 최종 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채 청구된다는 점이다. 예약 페이지에는 표시되지 않다가 결제 단계에서야 등장하는 이 요금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불쾌한 ‘가격 트릭’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해외 호텔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미국은 팁 문화가 뿌리 깊어 봉사료 대신 자율적인 팁이 일반적이며, 일본은 ‘오모테나시’ 정신에 따라 봉사료나 팁 없이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럽은 봉사료를 포
(서울=뉴스트래블) 박민영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외래관광객조사 2분기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4~6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458만6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분기(397만5천 명)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 국가별로는 중국(135만4천 명)과 일본(83만 명)이 여전히 최다 입국국으로 꼽혔으며, 대만(46만6천 명), 미국(42만4천 명), 홍콩(17만2천 명)이 뒤를 이었다. 특히 대만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 미국은 15% 증가하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동남아 주요국에서는 싱가포르(11만3천 명)와 필리핀(7만2천 명)이 각각 34%, 4% 늘어났으며, 러시아(11만2천 명)와 중동(5만4천 명)도 각각 12%, 15% 증가해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베트남(8만2천 명)과 말레이시아(12만 명)는 소폭 감소했다. 한편, 영국(7만7천 명), 독일(5만2천 명), 프랑스(4만9천 명)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입국객 증가세가 확인되며, 전통적 아시아권 중심 구조가 점차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인천=뉴스트래블) 박성은 기자 = 인천 미추홀구가 ‘2025년 미추홀 맛있는 집 발굴 경연대회’를 통해 최고의 맛집 5곳을 공식 선정했다. 이번 대회는 단순히 지역 맛집을 발굴하는 것을 넘어, 미추홀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미식 여행 코스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연은 두 차례 심사를 거쳐 진행됐다. 1차 현지 심사에서는 업소의 위생과 시설이 꼼꼼히 점검됐고, 2차에서는 심사위원단이 직접 방문해 맛과 영양, 메뉴 구성, 색감과 모양, 조리 위생까지 총 5개 항목을 평가했다. 그 결과, 만손만두(만두전골), 만복생선(갈치조림), 한담 수제카레전문점(포크 돈까스 카레 정식), 명품관(한정식 매), 맑은바다 해물칼국수(해물떡볶이 세트)가 선정돼 구청장 훈격의 상장을 받게 됐다. 이 다섯 곳은 오는 9월 20일 문학경기장 동문 광장에서 열리는 미추홀 음식문화 어울림 한마당'에도 참가해 직접 시식과 품평회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행객들에게는 지역 대표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넓고 둥근 회색빛의 얇은 빵, 인제라(Injera)는 에티오피아 식탁의 중심이다. 보기엔 팬케이크 같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톡 쏘는 신맛, 그 안엔 발효의 시간과 아프리카의 햇살이 녹아 있다. 인제라는 단순한 주식이 아니다. 그 위에 각종 스튜와 커리, 채소 요리가 함께 올려지고, 모두가 한 접시를 둘러앉아 손으로 뜯어 나눠 먹는다. 수저도, 접시도, 형식도 없다. 대신 웃음과 대화가 있다. 인제라는 ‘함께 먹는’ 문화를 상징하는, 에티오피아의 가장 따뜻한 음식이다. 인제라는 에티오피아와 이웃국가 에리트레아의 대표적인 발효빵이다. 주재료는 테프(Teff)라는 아주 작은 곡물. 이 곡물은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해 ‘슈퍼 그레인’으로 불린다. 테프 가루를 물에 섞어 며칠 동안 발효시키면, 자연 효모가 만들어지고, 특유의 산미가 생긴다. 이 반죽을 팬에 부어 구우면 미세한 구멍들이 촘촘히 생긴다. 그 구멍은 스튜의 국물을 흡수해 인제라를 더 맛있게 만든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인제라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일상 그 자체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심지어 손님이 찾아왔을 때도 인제라가 등장한다. 손님이 오면, 호스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토스카나의 언덕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고, 멀리서 올리브 나무 사이로 빨간 지붕들이 보인다. 그 아래 어느 시골 부엌에서는 커다란 냄비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올리브유 향이 부드럽게 퍼지고, 익은 토마토의 붉은 숨결이 주방을 가득 메운다. ‘파파 알 포모도로(Pappa al Pomodoro)’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태어난 소박한 수프다. 하지만 그 안엔 농부의 손맛, 햇살의 시간, 그리고 ‘버리지 않는 마음’이 담겨 있다. 남은 빵과 토마토로 만든 단순한 음식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농가의 미식’이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파파 알 포모도로의 탄생은 가난의 시대에서 비롯됐다. 한때 토스카나의 농가에서는 매일 구운 빵이 식탁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빵은 딱딱하게 굳었고, 그것을 버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수프다. 잘 익은 토마토를 으깨 넣고, 마늘과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뒤 바질 잎을 띄워 끓인다. 여기에 오래된 빵을 넣으면, 빵은 국물을 머금으며 다시 살아난다. 토스카나의 할머니들은 말한다. “이 수프엔 돈 대신 마음이 들어간다.” 요리를 하는 동안 부엌은 향기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