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모로코의 오래된 시장, 수크의 한가운데를 걷다 보면 익숙한 바비큐 냄새와는 결이 다른, 깊고 뜨거운 향이 코끝을 파고든다. 연기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다름 아닌 ‘양 머리’. 불길 위에서 천천히 돌아가며 구워지는 이 머리는 마그레브 지역에서 오랫동안 축제의 상징이자 환대의 음식이었다. 라마단과 제례, 가족 모임 등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이 요리는, 고기 한 점의 맛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과 관습을 담고 있다. 여행자는 처음엔 놀라지만, 한입 들어가면 의외의 섬세함과 달콤한 지방의 감칠맛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생김새가 주는 부담을 건너뛰면, 이 요리는 사막의 지혜와 시간을 품은 ‘생존의 조리법’이자 ‘축제의 미식’이다. 양 머리 구이는 모로코가 가진 강렬함을 한 입의 이야기로 풀어주는 음식이다. 모로코에서 양 머리 구이, 즉 ‘부지르(Bouzhir)’ 또는 지역에 따라 ‘메쉬위(Mechoui)’로 부르는 이 요리는 단순한 구이를 넘어 한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북아프리카 유목민들은 도축이 흔치 않았던 시절, 한 마리를 잡으면 버릴 곳 없이 모든 부위를 조리해 먹었다. 머리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부위였지만, 지방과 젤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지역 관광이 만성적인 '재정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4년 보고서(「지역관광사업 재원조달의 새로운 접근」)는 '관광세 도입'과 '민관 정책 펀드'라는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하며 구조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역 관광의 독립적인 미래를 위한 '재원 독립선언', 지금 당장 착수해야 할 미룰 수 없는 숙명이다. ◇ 만성 적자 구조의 뿌리, '공공 재원' 의존증 그동안 지역관광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직접 재정 지원, 즉 '정부의 쌈짓돈'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관광 시장이 고도화되고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대규모 사업이 늘어나면서, 재정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수익성이 낮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민간 자본은 외면하고, 사업은 늘 만성적인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악순환에 빠진다. '재원조달의 새로운 접근'은 이러한 낡은 틀을 깨기 위한 단호한 제안들을 담고 있다. 특히 관광세 도입과 민관 합동 정책 펀드 구
[뉴스트래블=편집국] 서해의 끝자락, 인천항에서 220km를 달려 도착한 섬. 백령도는 대한민국의 서북단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 두무진은 그중에서도 가장 북쪽 끝, 눈앞에는 북한 장산곶이 지척이다. 관광객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군인들은 늘 조용히 하라고 말한다. 두무진은 절벽이자 경계이며, 관광지이자 금단의 공간이다. 두무진은 백령도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독특하다. 화강암과 퇴적암이 수천만 년 동안 바람과 파도에 깎여 수십 미터 높이의 절벽과 바위섬을 만들었다. 바다 위로 솟은 선대암, 코끼리바위, 형제바위가 그 예다. 하지만 관광버스에서 내린 이들이 느끼는 평화는 군 초소의 철제 망루와 CCTV, 경고 표지판에서 금세 깨진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km, 두무진은 ‘가장 가까운 최전방 관광지’다. 백령도는 지리적으로 한반도 서해의 전략 요충지다.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곳은 한 치의 땅도 양보할 수 없는 요새였다. 지질학적으로는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의 퇴적층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학술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높다. 이 때문에 2012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그 ‘보존’은 곧 ‘통제’의 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오는 9월 28일과 10월 11일, 서울 안국역과 삼청동 일대에서 온·오프라인 결합형 이벤트 ‘비짓서울클럽(Visit Seoul Club)’이 열린다. 이번 행사는 서울의 공식 관광 브랜드 ‘비짓서울(Visit Seoul)’을 시민에게 알리고, 서울만의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행사 장소는 안국역 인근 슈퍼마켓 ‘이화마트’와 삼청동 전통 한옥 ‘서울 등산관광센터’로, K-POP 리믹스 DJ 공연과 다양한 현장 이벤트가 펼쳐진다. 언더그라운드 라디오 플랫폼 서울커뮤니티라디오(SCR)와 협업으로 진행되며, 비짓서울TV와 SCR 채널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된다. 해외 시청자들에게 서울의 개성 있는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럭키드로우 경품과 함께 레드불 또는 콜드브루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인천 계양구는 오는 9월 20일부터 10월 31일까지 계양아라온에서 ‘가을꽃 국화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이번 축제는 국화와 야생화 1천만 송이, 백일홍 2천만 송이 등 총 3천만 송이 꽃으로 가을 정취를 선사한다. 가족·연인 조형물, 오로라볼, 열기구 등 다양한 전시물과 함께 전통놀이, 미로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야간에는 경관조명이 점등돼 낮과 밤 모두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며, 포토존과 쉼터도 마련돼 관람객 편의를 높였다. 자세한 정보는 계양구청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필리핀=뉴스트래블) 박주성 기자 =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옛 성곽 도시 인트라무로스(Intramuros)가 오늘날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16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이 성벽 도시는 ‘벽 안의 도시’라는 이름처럼 두꺼운 석벽과 해자에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당시 정치·군사·종교의 중심지였으며, 스페인 통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인트라무로스에는 산티아고 요새, 마닐라 대성당, 성 어거스틴 성당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어, 방문객들은 도시를 거닐며 필리핀의 격동의 역사와 정체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산티아고 요새는 국민 영웅 호세 리살이 수감됐던 장소로, 그의 마지막 흔적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의미 깊은 명소다. 오늘날 인트라무로스는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복원된 거리와 전통 마차, 박물관과 갤러리들이 어우러져,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역사적 울림과 함께 현대적 감성을 동시에 선사한다.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유럽의 심장부에 자리한 벨기에는 정치·외교·문화의 교차점이자, 짧은 이동만으로 여러 국가를 넘나들 수 있는 여행의 허브다. 그러나 그 편리함과 개방성 이면에는 여행자를 노린 범죄가 일상처럼 스며 있다. 벨기에는 위험한 나라라기보다, 방심한 여행자에게만 불편한 얼굴을 드러내는 도시국가에 가깝다. 치안과 안전 상황벨기에는 전쟁이나 내란, 테러 위험이 일상적으로 제기되는 국가는 아니다. 다만 인권 보호 정책과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불법 체류자가 많고, 이로 인한 날치기·소매치기·절도 같은 단순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동양인 여행자가 주요 표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브뤼셀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치안은 전반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혼잡한 공간에서는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주요 범죄 유형과 주의 지역범죄는 대체로 조직적이기보다는 기회범 형태로 발생한다. 말 걸기, 길 안내 요청, 옷을 털어주거나 떨어진 동전을 주워주는 행동으로 시선을 분산시킨 뒤 소지품을 노리는 수법이 흔하다. 브뤼셀 미디역, 중앙역, 북역 등 주요 환승 기차역은 특히 사고가 집중되는 곳으로, 분실 신고의 상당수가 이 지역에서 발생한다. 그랑플라스와 같은 대표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인도가 ‘축제의 땅’이라는 명성을 다시금 입증했다. 한국관광공사 뉴델리지사가 12월 발표한 '인도 축제관광 육성 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5일간 열린 마하 쿰브 멜라(Maha Kumbh Mela)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교 축제로 기록됐다. 행사 기간 동안 약 6억 6천만 명이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 주 프라야그라지에 모였으며, 인도 정부는 이번 축제가 약 400억 달러(57조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 GDP의 1% 이상을 기여한 수치다. 보고서는 행사 현장에서 AI 기반 보안 카메라와 드론이 군중 관리에 투입됐고, 축구장 7,500개 규모의 임시 도시가 조성돼 수십만 개의 텐트와 화장실이 설치됐다고 전했다. 또한 ‘그린 마하 쿰브(Green Maha Kumbh)’라는 이름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대규모 조림 사업 등 친환경 캠페인이 진행되며 기후 변화 대응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압사 사고, 열악한 위생 시설, 사회경제적 불평등, 임시직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일부 언론은 축제 기간 취재 제한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언론 자유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서울 성수동의 한 감자탕집 앞에는 요즘 주말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선다. 그중엔 대만과 홍콩에서 온 단체 여행객도, 일본에서 온 혼행족도 있다. 한때 ‘현지인 맛집’이었던 이곳이 외국인 필수 코스가 된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이 찾는 것은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카드결제 데이터를 보면, 2025년 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인 메뉴는 국수·만두(55.2%↑), 감자탕(44.0%↑)이었다. 이들은 특별한 한식당보다는 ‘일상 속 식사’로 분류되지만, 외국인에게는 오히려 가장 한국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인에게 평범한 점심 한 끼가 외국인에게는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이유다. 특히 대만과 홍콩에서 감자탕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대만 관광객의 감자탕 소비는 전년 대비 159%, 홍콩은 119%나 늘었다. 대만은 단체 관광 비중이 40% 이상으로 높아, 여러 명이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대형 메뉴의 선호가 두드러진다. 뚝배기에 담긴 국물요리와 함께 나누는 식사는 ‘함께 먹는 문화’라는 한국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현지 음식에서는 쉽게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시대의 기억을 품은 문장이다. 어떤 이름은 제국의 흔적을, 또 어떤 이름은 독립의 꿈을 말한다. 시간이 흐르며 도시가 팽창하고, 이름은 그 변화의 기록으로 남는다. 하노이와 자카르타, 두 도시는 식민의 상처를 지나 스스로의 이름을 되찾은 뒤, 새로운 성장의 시대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제 도시의 확장은 단순한 규모의 팽창이 아니라 정체성의 확장이다. 이름은 더 이상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비전으로 다시 읽힌다. 여행자가 하노이의 골목을 거닐고 자카르타의 해안을 마주할 때, 그 발걸음은 변화를 증명하는 기록이 된다. 오늘 우리는 ‘확장’이라는 이름을 따라, 두 도시의 길 위에 선다. ◇ 하노이, 기억 위에 쌓은 성장의 이름 홍강(紅江) 유역의 도시 하노이는 천 년의 역사를 품은 베트남의 심장이다. 이름은 ‘강 안쪽의 도시’를 뜻하며, 리 왕조가 수도를 세운 11세기부터 베트남의 정치와 문화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프랑스 식민 통치가 시작되면서, 도시의 이름은 제국의 질서 아래 새롭게 불렸다. 거리에는 유럽식 건물과 관청이 들어섰고, 베트남의 전통은 서양식 근대와 겹쳐졌다. 전쟁과 독립, 사회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