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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여행지–해외편①] 죽음의 호수 … 탄자니아 나트론

붉은 호수와 흰 새가 공존하는, 자연의 모순을 마주하다

[뉴스트래블=편집국] 건기(6~10월)의 아침.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지대, 르프트 계곡 가장자리에 자리한 나트론 호수는 마치 거대한 붉은 거울처럼 태양을 반사한다. 물결은 거의 없다. 바람조차 이 호수의 표면을 건드리지 못하는 듯한 정적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공기는 은근한 열기에 젖어 있고, 고약할 정도로 짠 냄새와 함께 탄산염의 비린 향이 코를 찌른다. 눈앞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인간의 감각을 불편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확실히 존재한다.

 

나트론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환경을 가진 호수 중 하나로 분류된다. pH는 최대 12에 이르고, 수온은 얕은 지역 기준 40~60℃까지 상승한다. 이는 가성소다 공장 탱크에 가까운 수치다. 물속에는 염도가 높은 환경에 적응한 시아노박테리아와 소금세균이 번성하는데, 이들의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호수를 붉은색 또는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이 풍경은 사진으로 보면 초현실적이지만, 실은 철저하게 화학 반응이 만든 ‘지질의 결과물’이다.

 

 

■ “만지면 돌이 된다”는 신화와 과장

나트론 호수는 ‘돌이 된 새와 동물’ 사진으로 전 세계에 유명해졌다. 호수 인근에서 촬영된 박쥐나 새의 사체는 마치 석고상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굳어 있었고, 일부 매체는 이를 “물에 닿으면 즉시 돌처럼 변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사실과는 다르다.

 

사체가 호수에 직접 떨어져 즉각 화학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사후 건조와 탄산염의 침전이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며 석회화된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나트론 호수의 알칼리성은 접촉 시 피부 자극을 줄 수 있지만, 즉각적인 화상을 일으키는 ‘부식성 독물’ 수준은 아니다. 즉, 호수 자체는 위험하지만 신화적 공포의 대상은 아니다. 다만 장화를 신지 않은 맨발 방문이나 섣부른 물속 진입은 추천되지 않는다.

 

■ 붉은 죽음의 호수, 그러나 ‘생명의 섬’

그러나 이 극단의 환경 속에서 기적처럼 번성하는 생명체가 있다. 바로 작은홍학(Lesser Flamingo)이다. 이 종은 세계 전체 개체수의 약 75%가 나트론 호수에서 번식한다는 연구가 있을 만큼(국제조류보전연맹 IBA 자료), 호수는 이들 생존의 핵심 공간이다.

 

호수 한가운데는 건기 때 낮은 수위가 드러나며 자연적으로 형성된 ‘알칼리 섬’들이 생겨난다. 포식성이 강한 포유류나 조류가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수면 알칼리도가 높기 때문에, 이곳은 사실상 작은홍학에게 완벽한 보호막이 된다. 작은홍학은 이곳에서 진흙과 소금 결정이 섞인 원뿔형 둥지를 쌓고 알을 낳는다.

 

그런데 이들의 생명력 역시 자연의 흐름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호수의 수위가 지나치게 낮아지거나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둥지가 무너지고 먹이가 줄어들어 번식률이 떨어진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나트론 호수의 물리적 리듬이 흔들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 호수에 접근한다는 것의 의미

여행객들은 종종 붉은 수면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한다. 실제로 호수의 가장자리는 건기에는 얕은 결정층이 형성되어 발을 디딜 수 있는 지역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이다. 수분이 많은 지점은 깊이를 알 수 없고, 염분 결정 아래에는 진흙층이 숨어 있어 발이 빠질 위험도 있다.

 

나트론 호수는 ‘위험 관광지’로 소비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장소다. 이곳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가이드 동행이 필수이며, 기상·수위·염도에 대한 최신 정보도 확인해야 한다. 호수 그 자체가 관광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지구의 극단을 보여주는 생태 실험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 붉은 표면 아래의 시간

해 질 녘 호수는 붉은색과 은색이 뒤섞인 층처럼 보이며, 수평선은 깨어진 도자기처럼 단단하게 갈라진다. 바람이 멈춘 순간, 이곳은 시간의 흐름이 정지한 듯한 풍경이 된다. 이 정적은 공포에 가깝지만 동시에 숭고하다. 인간이 결코 개입할 수 없는 자연의 회로를 목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트론 호수는 ‘죽음의 호수’로 알려졌지만, 그 안에는 수백만 마리의 홍학이 매년 생명을 잇는 장면이 펼쳐진다. 붉은 수면 아래에서 화학 물질이 응집하고 증발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패턴을 만든다. 그 변화는 인간의 시간 감각과 전혀 다르게 흐른다.

 

그래서 이곳은 금단의 여행지다. 위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지닌 감각과 이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나트론 호수 앞에서는 자연이 인간에게 내어주는 공간이 얼마나 좁고, 그 경계가 얼마나 분명한지를 다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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