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APEC 2025 개최지가 경주로 확정된 뒤, 이 도시는 조용한 신라의 고도에서 일약 국제적 관심지로 뛰어올랐다. 한국관광공사가 글로벌 소셜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APEC 관련 키워드와 함께 언급된 ‘경주 관광지’는 전년 동월 대비 2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APEC 효과다. 행사 일정이 본격화되던 시점부터 해외 22개국의 SNS·검색엔진·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주의 주요 명소가 연이어 회자됐다. 흥미로운 점은 국가별 관심 패턴이 달랐다는 것이다. 어떤 국가는 전통 유산을 중심으로 반응했지만, 또 다른 국가는 K-콘텐츠 소비 흐름이 결합된 장소를 더 많이 언급했다. 데이터는 경주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APEC이라는 국제 이벤트를 통해 다층적인 이미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APEC 기간 경주에서 어떤 여행지를 가장 많이 주목했을까. 소셜데이터에 드러난 ‘TOP3’는 다음과 같다. 1위. 불국사 경주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불국사는 APEC 기간 동안 해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관광지였다. 일본·싱가포르·프랑스 등 다수 국가에서 불국사 관련 게시물이 꾸준히 증가했고, 일본에서는
[뉴스트래블=편집국] 울릉도 북동쪽 바다에 조용히 떠 있는 작은 섬 하나. 관광 안내판에는 ‘죽도(竹島)’라 적혀 있지만, 현지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이곳을 ‘울릉도의 거울’이라 불러왔다. 육지에서 불과 4km 떨어져 있으면서도 날씨가 좋을 때만 갈 수 있고, 파도 한 번만 궂어지면 순식간에 길이 끊겨 버리는 섬. 그래서 죽도 여행은 항상, 그리고 누구에게나 ‘허락받아야 하는 여정’이 된다. 죽도는 원래 울창한 대나무 숲에서 비롯된 이름이지만 지금은 대나무보다 절벽과 파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섬의 면적은 0.2㎢ 남짓. 행정구역상 경북 울릉군 북면에 속하며, 울릉도 본섬에서 배로 10분이면 닿는다. 하지만 그 10분이 늘 허락되지는 않는다. 울릉도 해역은 파도의 방향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고, 너울이 높을 땐 접안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죽도 여객선은 연간 운항일수가 전체 날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울릉도 연안의 파고가 1.5m 이상인 날이 연평균 130일을 넘는데, 이 대부분이 ‘죽도 결항일’로 이어진다. 섬의 첫인상은 의외로 단단하다. 부두에 내려서면 검은 현무암 절벽이 곧바로 눈을 압도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포말이
[뉴스트래블=편집국] 태백시 창죽동 깊은 숲 속, 해발 1420미터의 고지대에 물이 솟는다.이 물줄기는 굴착된 인공 통로가 아닌, 수천 년간 산이 품어온 맥락에서 터져 나온다. 사람들은 이곳을 검룡소라 부른다. 맑은 물은 작은 연못을 이룬 뒤 계곡을 타고 흘러, 훗날 한강의 근원이 된다. 그러나 이 청정한 풍경은 오래전부터 ‘죽음의 땅’ 위에 서 있다. 태백은 대한민국 석탄 산업의 중심이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함태·통동·장성·철암 등지에서 검은 금, 석탄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광부 수는 수만 명. 지하 500미터로 내려간 그들의 땀과 피가 서울의 전등을 밝혔다. 하지만 1989년, 정부가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내놓으며 모든 것이 뒤집혔다. 비용 절감, 효율 개선, 그리고 ‘청정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목 아래 태백의 광산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갱도는 물에 잠기고, 인부 숙소와 적재장은 버려졌다. 검은 먼지가 사라진 자리엔 침묵이 남았다. 산이 사람을 밀어내자, 물이 돌아왔다폐광의 상처는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복수를 시작했다. 채굴이 멈추자, 수로를 따라갔던 지하수가 다시 원래의 길을 찾았다. 그 첫 신호가 바로 검룡소였다. 지질학자들은
[뉴스트래블=편집국] 한때 어린이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던 유원지의 철문은 녹슬어 잠겼다. 입구를 막은 잡초와 부서진 회전목마, 바람에 흔들리는 표지판만이 이곳의 과거를 증언한다.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 산자락에 위치한 ‘원주 드림랜드’는 1990년대 중반 지역의 대표적인 가족형 놀이공원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관광객 감소와 시설 노후화로 문을 닫았다. 그 이후 20여 년간 이곳은 사실상 ‘잊힌 공간’으로 남아 있다. 드림랜드는 1995년 개장 당시 원주 시민뿐 아니라 인근 제천, 충주, 횡성 주민들의 나들이 명소였다. ‘꿈의 유원지’라는 이름처럼 어린이 기차, 회전목마, 범퍼카, 미니 롤러코스터가 좁은 산비탈을 따라 자리했고, 주말이면 도시락을 든 가족들로 붐볐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유지비 부담이 커지면서 운영난에 직면했다. 2003년께부터 주요 놀이기구가 멈췄고, 2007년에는 전기 공급이 끊기며 공식 폐업 상태가 되었다. 이후 10여 년간 드림랜드는 방치되었다. 놀이기구 대부분이 철거되거나 부식됐지만, 일부 건물과 조형물이 남아 ‘도시의 유령공간’처럼 남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SNS와 유튜브에서는 '원주의 폐허 유원지'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기차가 춘천역에 닿는 순간, 창밖의 풍경이 달라진다. 도시의 소음이 잦아들고, 호수와 산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공기엔 물 냄새가 섞여 있고, 그 속에 묘한 평온이 깃든다. 이 고요한 리듬은 스위스의 취리히를 떠올리게 한다. 두 도시는 ‘호수’로 자신을 정의한다. 춘천의 의암호와 공지천, 취리히의 취리히호는 모두 도시의 중심에서 사람들을 끌어안는다. 물결 위로 빛이 부서지고, 그 위를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느리다.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 그곳에서 두 도시의 감성이 닮아간다. 물의 도시, 일상이 풍경이 되는 곳 춘천의 아침은 호수에서 시작된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의암호 위로 카약이 떠 있고, 강변 산책로엔 조깅하는 이들이 보인다. 그 여유로운 풍경 속에서 도시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주변의 카페에서는 커피 향이 물결에 섞이고, 소양강 스카이워크에선 호수와 하늘이 맞닿는다. 취리히 역시 물의 도시다. 리마트강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호수 위에는 유람선이 천천히 미끄러진다. 출근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점심시간에 호숫가 벤치에 앉은 직장인들 - 그 일상의 여유는 춘천의 오후와 닮았다. 물이 도시의 중심에 있다는 것,
[뉴스트래블=정연비 기자] 안동 시내를 벗어나 차로 약 10분, 논밭 사이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가니 나지막한 언덕 위에 하얀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송강미술관(松江美術館)이다. 이 미술관은 원래 1995년 문을 닫은 옛 송강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미술관 설립 배경 역시 의미 있다. 안동과 예술을 사랑한 한 애호가가 수십 년에 걸쳐 학교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폐교된 지 약 20여 년 후에 이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속도가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경이로움을 준다. 고요한 안동의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이곳은 작품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평화로운 공간이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설치 미술 조형물들이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아이들이 뛰놀고, 연인들이 작품을 배경 삼아 추억을 남기기에 손색이 없다. 이 야외 공간에서 미술관이 내세우는 “누구나 화가가 되고 시인이 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비전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미술관 본관에 들어서면 팔각형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코발트 블루의 벽면이 어우러진, 시원하게 트인 로비가 인상적이다. 천장 아래에는 안동대 출신 작가의 작품 ‘삼족오’가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
[뉴스트래블=정연비 기자] 안동 금소마을은 고즈넉한 한옥과 맑은 강이 흐르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 그 이상이었다.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산업용 대마(헴프) 재배가 가능한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전국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대마민국’이라는 별칭을 가진 특별한 촌캉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역에서 안동역까지 KTX로 두 시간여를 달려온 후, 안동 시내에서 차로 20여 분 더 들어가면 금소리에 닿는다. 마을 입구의 커뮤니티센터에서 숙소를 배정받으면 금소마을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된다. 금소마을은 예로부터 조선 왕실에 안동포를 바치던 곳으로 유명하다. 안동포는 대마 섬유로 짠 전통 직물로, 시원하고 질겨 옛 선비들과 왕족들이 즐겨 입던 옷감이다. 안동포 짜기는 현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금소마을은 그 전승의 중심지다. 또한 금소는 일제강점기 금소만세운동이 일어난 독립운동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 작고 예쁜 농촌 마을은 안동과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여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금소라는 마을 이름은 마을 앞산인 비봉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들판을 따라 흐르는 길안천이 비단 폭을 펼쳐 놓은 듯 보여 ‘금수(錦水)’ 또는 ‘금양
[뉴스트래블=편집국] 강원도 정선, 함백산 자락의 외진 골짜기. 사람의 발길이 끊긴 마을 골목은 고요 속에서 바람 소리만이 귓가를 스친다. 녹슨 철문이 삐걱거리며 흔들리고, 잡초 사이로 먼지가 흩날린다. 한때 이곳을 가득 채웠던 광부들의 발자국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갱도 안 망치질과 삽질 소리는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이 마을은 공식 기록과 역사 자료에 따르면 1970~80년대 석탄 산업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지만, 1990년대 초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이 이어지며 인구 대부분이 도시로 떠났다. 남은 것은 무너진 갱도 입구와 철거되지 않은 건물, 그리고 산업화의 흔적뿐이었다. 한국광업공사와 정선군 자료에 따르면, 함백산 폐광촌에는 한때 수천 명의 광부와 그 가족이 거주했다. 마을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생활 문화의 중심이었다. 작은 극장과 목욕탕, 상점들이 들어서며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던 공간이었지만,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마을은 서서히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1991년을 전후로 갱도가 차례로 문을 닫자, 주민들은 도시로 이동했고, 마을에는 적막과 공허만이 남았다. 폐허 속을 상상해보면, 스릴과 긴장감이 느껴진다. 녹슨 철문과 무너
[뉴스트래블=변준성 기자] 경남 산청군이 지난 3월 대형산불과 7월 극한호우로 침체된 지역 관광산업 회복에 나선다. 산청군은 ‘여행하세요. 산청.’이라는 슬로건 아래 가을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대표 프로그램인 ‘산청에서 1박해’는 2인 이상 관광객이 1박 이상 머물 경우 여행경비의 절반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행사로, 이번 가을에는 운영 규모를 확대해 더 많은 관광객에게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수도권 관광객을 겨냥한 웰니스 광역시티투어도 재개된다. 동의보감촌, 남사예담촌 등 주요 관광지를 순회하는 당일 및 1박 2일 코스로 구성돼 교통 편의성을 높였다. 동의보감촌에서는 극단 큰들의 마당극 상설 공연이 진행 중이며, 오는 11월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체험형 프로그램 ‘동의보감촌 불로초 원정대’가 운영된다.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에서는 매주 토요일 퓨전 국악 공연과 함께 어르신 참여형 시화전, 프리마켓 등이 열린다. 신안면 원지 둔치에서는 청년들이 주도하는 프리마켓이 마련돼 관광객과 군민 간 교류의 장이 될 전망이다.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부산이 부산국제영화제(9월 17일~9월 26일) )와 부산국제록페스티벌(9월 26일~9월 28일) 등 문화 행사를 앞두고 아시아 대표 ‘컬처케이션(Culture+Vacation)’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여행 플랫폼 아고다에 따르면, 국내 여행객들의 부산 숙소 검색량은 행사 시작 이틀 전 기준 각각 6%, 42% 증가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30주년을 맞았으며, 한국 및 아시아 영화를 세계에 알리고 신진 감독을 발굴하는 국제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루키즈 온 더 부락(Rookies on the BU-ROCK)’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우승팀에게 상금과 해외 페스티벌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해외 여행객들의 부산 숙소 검색량도 행사 전 31% 증가했으며, 베트남, 일본, 필리핀, 대만, 태국 등에서 수요가 높았다. 특히 베트남은 두 행사 기간 모두 부산 검색량 1위를 기록했다. 부산의 관광 명소도 주목받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은 벽화와 길거리 음식, 포토존 등 볼거리가 풍성하며, 해운대블루라인파크는 해안 절경과 색다른 체험으로 5년 만에 누적 이용객 1천만 명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