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겨울이 시작되면 타이완 북부의 작은 마을 쟈오시는 유독 또렷해진다. 타이베이에서 기차로 한 시간 남짓, 도심의 풍경이 사라질 즈음 온천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의 여행은 서두르지 않는다. 쟈오시는 먼저 걷게 하고, 그 다음에 담그게 하며, 결국 머물게 만든다. 겨울의 온천은 이 마을에서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 된다. 쟈오시는 타이완을 대표하는 온천 지역 가운데 하나다. 환태평양 화산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풍부한 지열 자원을 지녔고, 중탄산수소나트륨 성분의 온천수는 피부에 자극이 적어 ‘미인탕’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수질보다도 여행의 구조에 있다. 온천이 여행의 출발점이 아니라, 하루의 끝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쟈오시 여행은 마을 밖에서 시작된다. 파오마 고도는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로, 숲 사이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숨이 고른다. 길 끝에서는 허우동컹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겨울에도 물줄기는 끊기지 않고, 차가운 공기와 대비를 이루며 풍경의 밀도를 높인다. 이 산책 코스는 운동을 위한 길이 아니라, 온천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 단계에 가깝다. 다시 마을로 내려오면 온천은 특별한 시설이 아니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일본 미에현에 위치한 이세 신궁에서는 오래된 건축물을 찾기 어렵다. 대신 비슷한 형태의 신전이 반복해서 새로 지어져 왔다. 이 공간은 오래됐지만 낡지 않았고, 전통적이지만 과거에 묶여 있지 않다. 이세 신궁은 일본이라는 국가가 전통을 다루는 방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지만, 그 과정에서 전통을 폐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세 신궁은 그 선택이 제도화된 공간이다. 일본의 시간 감각은 이곳에서 드러난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이세 신궁은 일본에서 가장 신성한 신토 공간이다. 천황가의 조상신으로 여겨지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모신 장소다. 국가와 종교, 왕권이 이 공간에서 연결된다. 일본의 권위는 이 신전을 통해 상징화돼 왔다. 그러나 이 권위는 고정된 건축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세 신궁은 20년마다 전면 재건된다.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지만, 재료와 구조는 새로 바뀐다. 전통은 보존이 아니라 반복으로 이어진다. 이 방식은 일본 국가의 성격을 반영한다. 과거를 절대화하지 않고, 현재의 손으로 계승한다. 국가의 정통성은 낡은 유물보다 지속되는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대련은 7개 구와 1개 현, 2개 현급시로 구성된 중국 동북부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다. 이 가운데 서강구(西岗区)는 최근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조금 다른 대련’을 만날 수 있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관광지보다는 현지의 일상과 도시의 결을 느끼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어울리는 공간이다. 서강구는 대련의 중심부에 위치하면서도 비교적 로컬한 분위기가 짙게 남아 있다. 오래된 도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고, 산과 바다가 모두 가까워 도심형 자연 여행이 가능하다. 화려한 랜드마크보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동네에 가까운 점이 이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이다. 중산구와 사하구와도 인접해 있어 여행 일정을 나누어 묶기에도 수월하다. 서강구를 대표하는 공간으로는 동관가(东关街)가 꼽힌다. 최근에는 ‘대련의 성수동’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변화가 눈에 띄는 거리다. 오래된 건물과 골목 위로 카페와 전시 공간, 소규모 공연장이 하나둘 들어서며 산책하기 좋은 감성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관광지 특유의 붐비는 분위기보다는 부담 없이 걷기 좋은 일상형 거리라는 점에서 여행객들의 반응이 좋다. 러시아거리 역시 서강구 일정에 자주 포함되는 장소다.
[뉴스트래블=편집국] 1883년 8월,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에 있던 섬 하나가 사라졌다. 정확히는, 섬의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크라카타우(Krakatau). 당시 이 섬은 사람이 살던 곳은 아니었지만, 주변 해안에는 수십 개의 항구와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중 상당수는 지도에서 사라졌다. 크라카타우의 분화는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 중 하나로 기록된다. 폭발음은 4800km 떨어진 인도양 건너편에서도 들렸고, 화산재는 성층권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화산 그 자체가 아니라, 섬이 붕괴되며 발생한 연쇄적 파괴였다. 섬이 무너질 때, 바다가 움직였다1883년 8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진 대폭발은 크라카타우 화산체의 약 3분의 2를 붕괴시켰다. 그 결과 바다로 떨어진 거대한 암반과 화산 물질은 즉각적인 해저 변위를 일으켰고, 이는 초대형 쓰나미로 이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최대 40미터에 달하는 파도가 자바와 수마트라 해안을 덮쳤다. 항구는 사라졌고, 해안 마을은 흔적 없이 쓸려갔다. 당시 사망자는 약 3만 6천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이 화산이 아닌, 바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 파괴는 선택적이지 않았다.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타지마할의 대리석 돔 위로 비치는 새벽빛, 갠지스 강변에서 이어지는 기도와 삶의 풍경은 인도를 단번에 잊을 수 없는 나라로 만든다. 수천 년 문명이 켜켜이 쌓인 이 땅은 여행자에게 압도적인 감동을 안기지만, 동시에 극심한 격차와 불안정한 일상이 공존하는 현실도 숨기지 않는다. 인도 여행은 낭만과 경외의 연속인 동시에, 끊임없는 경계와 판단을 요구하는 여정이다. 치안과 안전 상황인도 전반의 치안은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크다. 대도시와 주요 관광지에서는 비교적 일상적인 여행이 가능하지만, 테러 발생 이력이 있는 잠무·카슈미르, 차티스가르, 비하르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여행 자제가 권고된다. 강력 범죄의 빈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소매치기와 절도, 사기 피해는 여행자에게 비교적 흔하다. 특히 친절을 가장한 접근이나 음료 제공을 통한 수면제 범죄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치·사회적 긴장과 일상 환경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종교·민족·지역 갈등이 상존하는 사회다. 선거 기간이나 종교 행사, 정치적 이슈가 겹칠 경우 시위나 집회가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 외국인 여행자가 이러한 현장에 휘말릴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초고층 빌딩과 정돈된 거리,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도시의 리듬 속에서 싱가포르는 ‘완벽하게 관리된 국가’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이자 안전한 여행지로 손꼽히지만, 그 안정감은 관용이 아닌 엄격한 규율 위에 세워져 있다. 싱가포르는 자유로운 방랑보다는 규칙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도시다. 이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질서를 존중하는 태도를 선택하는 일에 가깝다. 치안과 안전 상황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강력 범죄나 여행자를 노린 범죄는 극히 드물며, 공공장소에서도 비교적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안전함은 시민과 방문객 모두가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전제 위에 유지된다. 사소한 위반도 즉각적인 단속과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의 치안은 느슨하지 않다. 정치·사회적 긴장과 법 집행 환경싱가포르는 정치적 안정성이 매우 높은 국가지만, 그만큼 공공질서에 대한 통제도 강하다. 허가되지 않은 집회나 시위는 외국인에게도 명백한 위법 행위로 간주된다. 공공장소에서의 언행, 정부나 제도에 대한 공개적 비판 역시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사회에서 법은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필리핀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합리적인 물가, 영어 사용 환경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한국인 여행자에게 꾸준히 선택받는 나라다. 그러나 최근 필리핀 여행을 둘러싼 환경은 ‘자유로운 휴양지’라는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있다. 특히 입국 절차와 치안 문제는 여행 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현실로 자리 잡았다. 입국 심사, 무비자라도 안심할 수 없다필리핀은 한국인에게 최대 30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지만, 입국 심사는 결코 형식적이지 않다. 체류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귀국 항공권, 숙소 정보 제시가 미흡할 경우 입국 거부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입국 심사 과정에서의 태도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심사관의 질문에 불성실하게 답하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 또는 과도한 항의나 무례한 행동을 보일 경우 즉각적인 입국 거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이 경우 공항 내 보호시설에서 대기한 뒤 항공편으로 강제 송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권·체류 이력, 사소한 흠도 문제가 된다여권 유효기간은 출국일 기준 최소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하며, 훼손된 여권은 입국 거부 사유가 된다. 과거 필리핀에서 장기 체류하거나 무비자 체류를 반
[뉴스트래블=편집국] 황허(黃河)는 중국 문명의 젖줄로 불려왔다. 수천 년 동안 이 강은 농경지를 적시고, 도시를 키웠으며, 왕조의 흥망을 실어 나르는 통로였다. 그러나 그 강이 방향을 바꾸거나, 흐름을 멈추는 순간, 사람의 삶은 즉각적으로 균열을 드러냈다. 중국 북부와 서북부 곳곳에 흩어진 ‘황허 유령마을’은 그 결과물이다. 이 마을들은 지도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행정구역상 존재하지만, 실제 거주자는 거의 없다. 건물은 남아 있고, 도로도 이어져 있으나 생활의 소리는 사라졌다. 강이 더 이상 닿지 않는 순간, 마을은 기능을 잃었다. 통제된 강, 무너진 생활권황허 유역의 변화는 단기간의 자연재해가 아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이어진 대규모 치수 사업, 댐 건설, 관개 수로 확장, 산업용수 우선 배분이 누적된 결과다. 상류에서 물을 붙잡자 하류는 점점 말라갔다. 일부 구간에서는 강바닥이 드러났고, 지류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이 변화는 곧바로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 우물은 깊어졌고, 토양 염분 농도는 높아졌다. 작물이 자라지 않자 사람들은 떠났다. 이주 정책이 시행된 지역도 있었고, 아무런 안내 없이 마을이 비워진 곳도 있다. 남은 것은 텅 빈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방콕의 네온과 치앙마이의 사원, 푸켓과 파타야의 해변은 오랫동안 태국을 ‘가장 친숙한 해외 여행지’로 만들어왔다. 저렴한 물가와 온화한 인상, 자유로운 분위기는 수많은 여행자를 끌어들였지만, 현재의 태국은 그 익숙함만으로 접근하기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한 나라다. 태국은 한국과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관광 목적의 90일 이내 체류는 비자 없이 가능하다. 그러나 입국 요건과 세관 규정, 그리고 현지 법 적용은 생각보다 엄격하다. 특히 불상, 골동품, 종교 관련 물품의 반출은 제한되며, 성분이 불분명한 의약품이나 마약류 관련 위반은 중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안과 안전 상황태국의 전반적인 치안은 동남아 국가 중 비교적 안정적인 편으로 평가되지만, 관광객을 노린 범죄는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방콕과 파타야, 푸켓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소매치기와 오토바이를 이용한 날치기가 반복되고 있으며, 유흥가 인근에서는 음료에 약물을 넣어 금품을 탈취하는 사례도 보고돼 있다. ‘여행객이 많다’는 사실이 곧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치·사회적 긴장과 일상 환경현재 태국은 전쟁이나 내란 상태는 아니지만, 정치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도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캄보디아는 여행자에게 두 겹의 얼굴을 동시에 내민다. 한쪽에는 앙코르와트를 중심으로 한 크메르 문명의 장엄한 유산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치안과 인프라의 불안이 자리한다. 이 나라는 준비 없는 낭만보다, 현실을 인식한 여행자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치안과 안전 상황 캄보디아의 전반적인 치안은 과거에 비해 개선됐지만, 여행자가 체감하는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프놈펜과 시엠립 같은 주요 도시에서도 절도와 강도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특히 야간에는 위험도가 높아진다.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한 날치기, 경찰이나 군 복장을 가장한 무장 강도 사례도 보고돼 왔다. 외국인을 표적으로 한 범죄가 드물지 않다는 점에서, ‘관광지라서 안전하다’는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 정치·사회적 긴장과 일상 환경 현재 캄보디아는 전쟁이나 내란 상황은 아니지만, 제도적 안정성과 공공 서비스 수준은 선진국과 거리가 있다. 법 집행이 일관되지 않은 경우가 있고, 사고 발생 시 외국인에게 불리하게 상황이 전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교통사고나 분쟁 상황에서는 감정적인 대응이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사회 전반에 깔린 낮은 신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