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독일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한국 관광상품은 이미 1천 개에 이르지만, 실제 선택은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수는 늘었지만, 관광의 공간적 확장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관광공사 프랑크푸르트지사가 독일 관광시장 동향 파악을 위해 주요 투어·액티비티 예약 플랫폼에 공개된 한국 관광상품을 정리한 지난달 리포트에 따르면, 독일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관광상품 가운데 약 75%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시내 투어, 근교 일일 코스, 수도권 출발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지방을 중심으로 한 체류형 상품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플랫폼에 등록된 상품 수만 놓고 보면 한국은 결코 적지 않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시티 투어, 역사·문화 체험, 자연 관광, 테마형 상품까지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그러나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상품을 들여다보면, 선택은 특정 지역과 유형에 쏠려 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지사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운영 구조’와 ‘플랫폼 환경’을 함께 지목했다. 독일 관광객은 여행 직전에 투어나 액티비티를 예약하는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인도네시아 학교들의 해외 교육여행 목적지는 점점 고정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카르타지사가 2025년 4분기 진행한 ‘인도네시아 방한교육여행 심층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말레이시아와 호주, 일본, 중국이 인도네시아 교육여행 시장의 주요 목적지로 꼽혔다. 싱가포르는 매년 반복되는 안전한 선택지로, 호주는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이유로 선택된다. 일본 역시 비자와 행정 편의성을 앞세워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높은 K-콘텐츠 선호도에도 불구하고 최종 선택 단계에서 자주 밀려난다. 인도네시아 교육여행 시장에서 한국은 왜 아직 ‘후보’에 머물러 있을까. 왜 싱가포르는 ‘매년 가는 나라’가 됐을까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학교들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과 비용, 행정 편의성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비행시간이 2시간 내외로 짧고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준비 부담이 적다. 여기에 현지 명문 대학과 연계한 캠퍼스 투어, 워크숍, 토론 프로그램 등 교육여행 전용 콘텐츠가 이미 상품화돼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구조 덕분에 많게는 수백 명 규모의 대형 수학여행단도 전세기 형태로
[뉴스트래블=편집국] 멕시코 중부 고원지대에 자리한 돌로레스 이달고(Dolores Hidalgo)는 독립전쟁의 발상지로 알려진 도시다. 관광 안내서에는 혁명의 깃발과 성당, 도자기 공방이 먼저 등장한다. 그러나 도시의 가장 높은 언덕에는 지도에 작게 표시된 또 하나의 공간이 있다. 돌로레스 묘지. 이곳은 단순한 매장지가 아니라, 도시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소다. 묘지의 입구는 평범하다. 담장은 낮고, 출입을 막는 철문도 없다. 대신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묘지의 풍경’은 빠르게 해체된다. 땅속에 묻힌 무덤보다 지상에 쌓아 올린 구조물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벽면처럼 이어진 납골 구조물, 색이 바랜 가족 묘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남겨진 생활의 흔적들이 이곳을 하나의 ‘거주 공간’처럼 보이게 만든다. 죽음이 밀려난 적 없는 도시멕시코의 묘지는 죽음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돌로레스 묘지는 ‘죽은 자를 외곽으로 밀어낸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시간 속에 계속 남겨진 장소다. 이곳에서는 무덤 위에 음식을 올리고, 생전 즐기던 술병이나 장난감이 그대로 놓인다. 사망일은 기일이 아니라 또 하나의 기념일처럼 반복된다. 이런 풍경은 멕시코의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여는 것은 지도 앱이 아니라 검색창이다. 항공권, 숙소, 이동 동선과 맛집, 일정까지 끝없이 비교하다 보면 여행은 출발하기도 전에 지친다. 여행이 설렘이 아니라 노동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 여행 계획의 상당 부분은 사람에서 기술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데이터 활용 2026 관광트렌드 분석 및 이슈 발굴 연구’는 이 변화를 ‘AI 트립 버틀러’라는 키워드로 규정한다. 인공지능이 예약과 탐색을 대신하는 사이, 여행자는 감정과 경험에 집중하는 구조로 여행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AI는 이제 정보를 찾는 도구가 아니라, 여행의 방식 자체를 설계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 여행을 떠나기 전, 왜 우리는 이미 지칠까 여행 준비가 피로해진 이유는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판단의 부담이다. 블로그 후기와 SNS 추천, 영상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여행자는 더 오래 고민하고, 더 쉽게 지친다.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노동이 된 셈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선택 피로’로 설명한다. 여행의 부담은 이동 거리나 비용보
[뉴스트래블=편집국] 러시아 북서부, 북극권 가까이 위치한 콜라 반도에는 지도에도 잘 표시되지 않는 장소가 하나 있다. 관광객을 부르는 표지판도, 기념관도 없다. 대신 녹슨 금속과 부서진 목재 사이, 물이 고인 땅 위에 작은 원형 철판 하나가 놓여 있다. 그 위에 분필처럼 남겨진 숫자. 12,226m. 이 숫자는 한때 인류가 땅속으로 내려간 가장 깊은 거리였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장소가 멈춰버린 시간의 깊이이기도 하다. 땅을 향한 냉전의 경쟁콜라 초심도 시추공(SG-3)은 1970년, 소련이 시작한 국가 프로젝트였다. 목표는 단순했다. 지각을 가능한 한 깊이까지 뚫어, 지구 내부의 구조를 직접 확인하는 것. 과학의 이름을 달았지만, 냉전의 그늘 아래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심해 시추 경쟁에 대한 조용한 응답이기도 했다. 시추는 느렸고 집요했다. 매년 수백 미터를 내려가며 장비는 계속 교체됐고, 예상과 다른 지질 구조가 연속적으로 나타났다. 지하 7km 이후부터는 온도와 압력이 기존 계산을 벗어났고, 드릴은 자주 파손됐다. 그럼에도 시추는 멈추지 않았다. 12,226m라는 숫자가 남은 이유1984년, 시추 깊이는 12,226m에 도달했다. 당시로서는 세계 최심
[뉴스트래블=김응대 칼럼니스트] 러닝이 끝나는 지점에서 여행이 시작되는 시대다. 태국에서 러닝은 더 이상 기록을 재는 개인 운동이 아니다. 달리는 행위는 이제 도시를 경험하고,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소비하는 하나의 여행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에 ‘런트립’이라는 단어가 있다. 태국 러닝 시장은 이미 대중화 단계를 넘어섰다. 러닝 인구는 1,400만 명을 넘었고, 해마다 1,500건 이상의 러닝 이벤트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하지만 중요한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성격이다. 러닝 참가자들은 더 이상 “얼마나 빨리 달렸는가”보다 “어디를 달렸는가, 무엇을 경험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경관이 있는 코스, 사진이 남는 장소, 굿즈와 운영의 완성도, 그리고 함께 달리는 커뮤니티가 러닝의 가치를 결정한다. 이 지점에서 러닝은 여행 산업과 만난다. 방콕의 도심 마라톤, 푸켓의 해변 러닝, 치앙마이의 자연과 트레일 코스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체류형 관광 상품으로 기능한다. 러닝 대회 하나가 숙박과 교통, 식음, 지역 관광 소비를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달리기 전날 도착하고, 달린 뒤 하루 이틀 더 머무는 패턴은 이제 낯설지 않다.
[뉴스트래블=편집국] 인도 동부 벵골만, 안다만 제도의 바다 한가운데에 로스 아일랜드가 있다. 현재 행정명은 ‘넷지 서바르카르 섬(Netaji Subhas Chandra Bose Island)’이지만, 이 섬의 시간은 여전히 로스 아일랜드라는 이름에 머물러 있다. 한때 이곳은 영국 제국이 안다만 제도를 통치하던 행정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지금 섬을 덮고 있는 것은 관청도, 권력도 아닌 정글이다. 19세기 후반, 영국은 안다만 제도를 식민 통치와 정치범 수용의 거점으로 삼았다. 포트블레어 인근의 로스 아일랜드는 총독 관저와 행정청, 병원, 교회, 클럽하우스가 들어선 ‘모범 식민지 도시’였다. 섬 전체가 계획적으로 조성됐고, 영국인 관리와 군인 가족들이 거주하며 제국의 질서를 유지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존재한 셀룰러(Cellular Jail)가 처벌의 공간이었다면, 로스 아일랜드는 통치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 질서는 오래가지 않았다. 1941년 일본군이 안다만 제도를 점령하면서 로스 아일랜드의 기능은 급격히 붕괴됐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이 철수하면서, 섬은 사실상 방치됐다. 결정적 계기는 1945년과 1947년 사이 연이어 발생한 강진이었다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베트남 관광의 회복을 설명할 때 흔히 가격 경쟁력이나 동남아 수요 반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국관광공사 하노이지사가 분석한 베트남 시티투어와 연계관광 구조를 들여다보면, 회복의 핵심은 비용이 아니라 ‘길’이었다. 베트남은 관광객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먼저 설계했고, 한국은 여전히 관광객에게 길을 묻게 하고 있다. 베트남 도시관광의 출발점은 시티투어다. 하노이와 호치민에서 시티투어 버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도착 첫날, 관광객에게 이 도시를 어떻게 읽고, 어디까지가 핵심이며, 하루 동안 어떤 순서로 움직이면 되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안내도다. 관광객은 더 이상 헤매지 않는다. 이미 그려진 동선 위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이 길의 끝은 자연스럽게 근교로 이어진다. 하노이 다음은 닌빈, 호치민 다음은 붕따우나 메콩델타다. ‘도시 하루, 근교 하루’라는 일정은 선택지라기보다 암묵적인 공식에 가깝다. 시티투어로 도시의 방향을 잡고, 다음 날 근교로 이동하는 구조는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다. 베트남은 이 길을 시장에만 맡기지 않았다. 시티투어를 공공 관광 인프라로 인식하고, 무료 탑승이나 할인 캠페인을 통해 관광객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베트남이 시티투어를 중심으로 도시관광과 연계관광을 동시에 키워가면서, 이 같은 모델이 한국 관광에도 적용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노이와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의 시티투어 전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도시관광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관광공사 하노이지사가 분석한 베트남 시티투어 모델의 핵심은 공공 개입과 표준화다. 베트남 주요 도시는 시티투어 버스를 공공 관광 인프라로 인식하고, 무료 탑승이나 할인 정책을 통해 관광객의 첫 도시 경험을 열어주는 데 집중해 왔다. 이를 통해 도시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자연스럽게 근교 연계 투어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노이의 경우 시티투어 버스가 호안끼엠 호수와 구시가지, 주요 박물관과 시장을 연결하며 도시 동선을 정리해준다. 관광객은 도착 첫날 시티투어로 도시 전반을 파악한 뒤, 다음 날 닌빈이나 하롱베이로 이동하는 일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시티투어가 연계관광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호치민 역시 시티투어 버스를 중심으로 낮과 밤 코스를 나누고, 전망대나 야경 투어, 쇼핑과 결합한 상품을 운영하며 도시 체험의 밀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베트남 관광시장에서 ‘도시 하루, 근교 하루’로 요약되는 연계관광 모델이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하노이–닌빈, 호치민–붕따우로 이어지는 일정이 대표적이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부산과 경남을 잇는 한국형 연계관광은 여전히 선택형 상품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하노이지사가 최근 정리한 ‘베트남 시티투어 이용동향 및 성장 요인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주요 도시의 연계관광은 자연 발생적인 흐름을 넘어 구조적으로 설계된 상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시티투어를 통해 도시를 하루 만에 훑고, 다음 날 근교 자연·해양·역사 관광지로 이동하는 일정이 표준처럼 운영되고 있다. 하노이의 경우 시내 시티투어 이후 닌빈이나 하롱베이로 이동하는 데이투어가 대표적이다. 교통과 식사, 입장권을 묶은 패키지 상품이 다수 운영되며, 일정 구성도 유사하다. 하노이 시내 반일 또는 하루 일정 뒤 닌빈에서 보트 투어와 트레킹, 자연 경관을 즐기는 방식이 사실상 공식처럼 굳어졌다. 호치민 역시 구조는 같다. 시티투어 버스나 도보 관광으로 도시 주요 명소를 둘러본 뒤, 붕따우 해변이나 쿠치터널, 메콩델타로 이동하는 일정이 일반적이다.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