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여는 것은 지도 앱이 아니라 검색창이다. 항공권, 숙소, 이동 동선과 맛집, 일정까지 끝없이 비교하다 보면 여행은 출발하기도 전에 지친다. 여행이 설렘이 아니라 노동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 여행 계획의 상당 부분은 사람에서 기술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데이터 활용 2026 관광트렌드 분석 및 이슈 발굴 연구’는 이 변화를 ‘AI 트립 버틀러’라는 키워드로 규정한다. 인공지능이 예약과 탐색을 대신하는 사이, 여행자는 감정과 경험에 집중하는 구조로 여행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AI는 이제 정보를 찾는 도구가 아니라, 여행의 방식 자체를 설계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 여행을 떠나기 전, 왜 우리는 이미 지칠까 여행 준비가 피로해진 이유는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판단의 부담이다. 블로그 후기와 SNS 추천, 영상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여행자는 더 오래 고민하고, 더 쉽게 지친다.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노동이 된 셈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선택 피로’로 설명한다. 여행의 부담은 이동 거리나 비용보
[뉴스트래블=편집국] 러시아 북서부, 북극권 가까이 위치한 콜라 반도에는 지도에도 잘 표시되지 않는 장소가 하나 있다. 관광객을 부르는 표지판도, 기념관도 없다. 대신 녹슨 금속과 부서진 목재 사이, 물이 고인 땅 위에 작은 원형 철판 하나가 놓여 있다. 그 위에 분필처럼 남겨진 숫자. 12,226m. 이 숫자는 한때 인류가 땅속으로 내려간 가장 깊은 거리였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장소가 멈춰버린 시간의 깊이이기도 하다. 땅을 향한 냉전의 경쟁콜라 초심도 시추공(SG-3)은 1970년, 소련이 시작한 국가 프로젝트였다. 목표는 단순했다. 지각을 가능한 한 깊이까지 뚫어, 지구 내부의 구조를 직접 확인하는 것. 과학의 이름을 달았지만, 냉전의 그늘 아래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심해 시추 경쟁에 대한 조용한 응답이기도 했다. 시추는 느렸고 집요했다. 매년 수백 미터를 내려가며 장비는 계속 교체됐고, 예상과 다른 지질 구조가 연속적으로 나타났다. 지하 7km 이후부터는 온도와 압력이 기존 계산을 벗어났고, 드릴은 자주 파손됐다. 그럼에도 시추는 멈추지 않았다. 12,226m라는 숫자가 남은 이유1984년, 시추 깊이는 12,226m에 도달했다. 당시로서는 세계 최심
[뉴스트래블=김응대 칼럼니스트] 러닝이 끝나는 지점에서 여행이 시작되는 시대다. 태국에서 러닝은 더 이상 기록을 재는 개인 운동이 아니다. 달리는 행위는 이제 도시를 경험하고,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소비하는 하나의 여행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에 ‘런트립’이라는 단어가 있다. 태국 러닝 시장은 이미 대중화 단계를 넘어섰다. 러닝 인구는 1,400만 명을 넘었고, 해마다 1,500건 이상의 러닝 이벤트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하지만 중요한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성격이다. 러닝 참가자들은 더 이상 “얼마나 빨리 달렸는가”보다 “어디를 달렸는가, 무엇을 경험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경관이 있는 코스, 사진이 남는 장소, 굿즈와 운영의 완성도, 그리고 함께 달리는 커뮤니티가 러닝의 가치를 결정한다. 이 지점에서 러닝은 여행 산업과 만난다. 방콕의 도심 마라톤, 푸켓의 해변 러닝, 치앙마이의 자연과 트레일 코스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체류형 관광 상품으로 기능한다. 러닝 대회 하나가 숙박과 교통, 식음, 지역 관광 소비를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달리기 전날 도착하고, 달린 뒤 하루 이틀 더 머무는 패턴은 이제 낯설지 않다.
[뉴스트래블=편집국] 인도 동부 벵골만, 안다만 제도의 바다 한가운데에 로스 아일랜드가 있다. 현재 행정명은 ‘넷지 서바르카르 섬(Netaji Subhas Chandra Bose Island)’이지만, 이 섬의 시간은 여전히 로스 아일랜드라는 이름에 머물러 있다. 한때 이곳은 영국 제국이 안다만 제도를 통치하던 행정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지금 섬을 덮고 있는 것은 관청도, 권력도 아닌 정글이다. 19세기 후반, 영국은 안다만 제도를 식민 통치와 정치범 수용의 거점으로 삼았다. 포트블레어 인근의 로스 아일랜드는 총독 관저와 행정청, 병원, 교회, 클럽하우스가 들어선 ‘모범 식민지 도시’였다. 섬 전체가 계획적으로 조성됐고, 영국인 관리와 군인 가족들이 거주하며 제국의 질서를 유지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존재한 셀룰러(Cellular Jail)가 처벌의 공간이었다면, 로스 아일랜드는 통치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 질서는 오래가지 않았다. 1941년 일본군이 안다만 제도를 점령하면서 로스 아일랜드의 기능은 급격히 붕괴됐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이 철수하면서, 섬은 사실상 방치됐다. 결정적 계기는 1945년과 1947년 사이 연이어 발생한 강진이었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베트남이 시티투어를 중심으로 도시관광과 연계관광을 동시에 키워가면서, 이 같은 모델이 한국 관광에도 적용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노이와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의 시티투어 전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도시관광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관광공사 하노이지사가 분석한 베트남 시티투어 모델의 핵심은 공공 개입과 표준화다. 베트남 주요 도시는 시티투어 버스를 공공 관광 인프라로 인식하고, 무료 탑승이나 할인 정책을 통해 관광객의 첫 도시 경험을 열어주는 데 집중해 왔다. 이를 통해 도시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자연스럽게 근교 연계 투어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노이의 경우 시티투어 버스가 호안끼엠 호수와 구시가지, 주요 박물관과 시장을 연결하며 도시 동선을 정리해준다. 관광객은 도착 첫날 시티투어로 도시 전반을 파악한 뒤, 다음 날 닌빈이나 하롱베이로 이동하는 일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시티투어가 연계관광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호치민 역시 시티투어 버스를 중심으로 낮과 밤 코스를 나누고, 전망대나 야경 투어, 쇼핑과 결합한 상품을 운영하며 도시 체험의 밀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베트남 관광시장에서 ‘도시 하루, 근교 하루’로 요약되는 연계관광 모델이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하노이–닌빈, 호치민–붕따우로 이어지는 일정이 대표적이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부산과 경남을 잇는 한국형 연계관광은 여전히 선택형 상품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하노이지사가 최근 정리한 ‘베트남 시티투어 이용동향 및 성장 요인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주요 도시의 연계관광은 자연 발생적인 흐름을 넘어 구조적으로 설계된 상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시티투어를 통해 도시를 하루 만에 훑고, 다음 날 근교 자연·해양·역사 관광지로 이동하는 일정이 표준처럼 운영되고 있다. 하노이의 경우 시내 시티투어 이후 닌빈이나 하롱베이로 이동하는 데이투어가 대표적이다. 교통과 식사, 입장권을 묶은 패키지 상품이 다수 운영되며, 일정 구성도 유사하다. 하노이 시내 반일 또는 하루 일정 뒤 닌빈에서 보트 투어와 트레킹, 자연 경관을 즐기는 방식이 사실상 공식처럼 굳어졌다. 호치민 역시 구조는 같다. 시티투어 버스나 도보 관광으로 도시 주요 명소를 둘러본 뒤, 붕따우 해변이나 쿠치터널, 메콩델타로 이동하는 일정이 일반적이다. 도시
[뉴스트래블=편집국] 땅 위의 풍경은 평범하다.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고원의 작은 마을, 카파도키아 지역의 데린쿠유. 관광객이 오가기 전까지 이곳은 오랫동안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한 농촌이었다. 그러나 마을 바닥 아래, 일상의 표면을 몇 미터만 벗어나면 전혀 다른 세계가 시작된다. 햇빛이 닿지 않는 깊이에서, 사람들은 한때 도시를 이루며 살아갔다.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다. 확인된 깊이만 약 60미터, 층수는 최소 8층 이상이다. 일부 학자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하부 공간이 더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곳은 일시적으로 숨기 위해 만든 공간이 아니라, 수천 명이 장기간 거주하도록 설계된 완전한 지하 생활 구조였다. 도시의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히타이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가장 신뢰받는 견해는 기원전 이후 형성된 지하 공간이 비잔틴 시대에 대규모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특히 7~10세기, 외부 침입과 종교적 박해가 반복되던 시기, 이 도시는 생존을 위한 최후의 선택지였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통로는 급격히 좁아진다. 이는 불편함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의도적 설계다. 한 사람이 겨우 몸을 숙
[뉴스트래블=편집국] 바다는 자연재해로 사라지지 않았다. 강의 방향을 바꾼 결정 하나가, 수천만 명의 생태계를 끊어냈다. 한때 지도 한가운데서 항구와 어업, 기후를 동시에 지탱하던 내해. 아랄해는 증발하지 않았다. 강이 밭으로 흘러가자 바다는 후퇴했고, 수면은 낮아졌으며 염도는 치솟았다. 배는 육지에 멈춰 섰고, 항구는 사막 한복판에 고립됐다. 아랄해는 ‘사라진 바다’로 불린다. 그러나 이곳은 자연의 실패가 아니라 인간 개입의 결과다. 물길을 관리한다는 명분 아래 진행된 선택들이 하나의 바다를 기능 정지 상태로 만들었다. 그래서 아랄해는 금단의 여행지다. 위험해서가 아니라, 보고 나면 같은 선택을 반복할 수 없게 만드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내해였던 시간아랄해는 중앙아시아의 심장이자, 한때 사람들에게 바다로 불렸던 내륙 염수호였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에서 수많은 어촌과 항구를 연결하며, 지역 경제와 문화의 중심 역할을 했다. 그중 무이나크는 가장 상징적인 항구 도시였다. 수천 척의 어선이 정박했고, 바다에서 잡은 생선은 내륙 깊숙이까지 운송됐다. 하지만 강물이 제대로 흘러들지 못하면서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고, 해안선은 내륙으로 후퇴했다. 오늘날 무이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관광청이 넷플릭스, 글로벌 음반사, 인공지능 기업과 협업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싱가포르 관광청(STB)이 추진 중인 전략적 파트너십은 전통적인 관광 마케팅의 범위를 넘어 콘텐츠 산업과 디지털 기술, 금융과 플랫폼 기업까지 끌어안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지사가 최근 발간한 ‘싱가포르 관광청의 전략적 파트너십 현황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STB는 관광을 단순한 방문 유치 산업이 아닌 콘텐츠와 기술이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정의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의 협업이다. STB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F1 다큐멘터리 ‘Drive to Survive’ 싱가포르 편을 제작해 야간 도심과 스트리트 서킷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노출했다. 콜드플레이, 워너뮤직 등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뮤직비디오와 공연 콘텐츠에 도시 전경과 문화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도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광고보다 콘텐츠에 가깝고, 홍보보다 경험에 가까운 관광 전략”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접근은 관광청의 역할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과거 관
[뉴스트래블=편집국] 사막 한가운데 열린 구멍에서 불이 새어 나온다. 밤이 되면 불길은 더 또렷해지고, 어둠은 오히려 주변으로 밀려난다. 다르바자 가스 분화구. ‘지옥의 문’이라는 별명은 과장이 아니다. 이 불은 자연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이 붙인 불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50년째 정리되지 않았다. 사고는 짧았고, 결과는 길었다1971년, 당시 소련 소속 지질학자들은 카라쿰 사막에서 천연가스 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시추 도중 지반이 붕괴되며 대형 함몰이 발생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메탄가스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인근 거주지로 유독가스가 퍼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즉각적인 결정을 내렸다. 가스를 태워 없애자는 판단이었다. 불을 붙이면 며칠 내 자연 소진될 것이라 예상했다. 기록에 따르면, 이 결정은 장기적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내려졌다. 결과는 단순했다. 불은 꺼지지 않았고, 분화구는 영구적 구조물처럼 남았다. 방치된 현장, 관리되지 않은 책임다르바자 분화구의 직경은 약 60~70미터, 깊이는 20미터 이상으로 추정된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분화구 내부에서는 지속적으로 가스가 분출되고 연소가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자연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