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아드리아해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하나가 전 세계 연인들의 버킷리스트가 됐다.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해안의 갈레슈냐크 섬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완벽한 하트 모양을 그려내며, 자연이 빚은 기적 같은 풍경과 수천 년 역사를 품은 흔적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랑과 낭만, 그리고 인류의 오래된 이야기가 교차하는 무대다.
로맨스를 품은 하트섬
갈레슈냐크는 면적 13만㎡ 규모의 작은 섬이지만, 본토에서 배로 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커플 여행과 허니문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CNN과 BBC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섬’으로 소개한 이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비욘세가 생일을 맞아 방문하면서 ‘사랑의 섬’이라는 별명이 더욱 널리 퍼졌다.
섬에 도착하면 조약돌 해변에 보트를 대고 해안선을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해안선 길이가 약 1.55km에 불과해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섬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으며, 최고 지점도 해발 36m 정도라 가볍게 오르내리기 좋다. 올리브 나무와 지중해 관목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섬의 끝에 이른다.
주변 바다는 수심 10m까지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아 스노클링에 최적이다. 성게와 해삼, 형형색색의 작은 물고기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 바닷속 바위 틈에서는 고대 로마 시대의 항아리 조각이나 오래된 동전이 발견되기도 한다. 여름철 평균 수온은 약 24도로 따뜻하고 파도가 잔잔해 수영 초보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갈레슈냐크의 진짜 매력은 해가 진 뒤 시작된다. 섬과 주변 해역에는 인공조명이 거의 없어 은하수를 맨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으며, 8월 중순 페르세우스 자리 방향에서 쏟아지는 유성우가 절정일 때는 한 시간에 수십 개의 별똥별이 떨어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모닥불 옆에 나란히 앉아 별을 보며 밤을 지새우는 연인들의 모습은 갈레슈냐크만의 특별한 풍경이다.
역사와 여행 팁이 어우러진 특별한 섬
갈레슈냐크의 독특한 형태는 1806년 나폴레옹 군대의 지도에도 기록됐으며, 2019년 자다르대학교 연구진은 섬 인근 해저에서 신석기 시대의 석조 구조물을 발견했다. 이는 갈레슈냐크와 리출 섬을 연결하는 인공 제방으로, 약 8천 년 전 사람들이 이미 이 섬을 오가며 생활했다는 증거다. 자연의 기적과 인류의 흔적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갈레슈냐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여행객들은 왕복 2~3시간 보트 투어를 통해 섬을 방문할 수 있으며, 비용은 약 50~100유로 수준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보트가 있고, 여름철에는 일일 투어도 다양하게 마련된다. 크로아티아 본토의 투란 마을 항구나 파시만 섬에서 소형 보트를 대여하면 약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관광청은 5~6월과 9~10월을 여행 최적기로 추천한다. 이 시기 평균 기온은 20~25도 안팎으로 쾌적하고, 성수기에 비해 숙박비가 30~40% 저렴하다. 바닷물은 여전히 따뜻해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좋고, 주요 관광지마다 대기 줄이 짧아 한결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갈레슈냐크에서의 여행은 단순히 섬에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그레브에서 출발해 섬을 방문한 뒤 자동차로 5시간 거리의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타거나, 비엔나 오페라하우스 공연을 즐기는 일정도 가능하다. 허니문이나 커플 여행에 최적화된 루트로, 크로아티아와 인근 유럽 도시를 함께 묶어 여행하면 더욱 풍성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갈레슈냐크 섬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역사·로맨스가 교차하는 무대다. 하트 모양의 섬에서 사랑을 고백하거나 이미 맺어진 인연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크로아티아가 ‘하트의 나라’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 섬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