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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한류가 바꾼 인바운드 관광 ①

K-콘텐츠는 어떻게 1800만 관광객 시대를 열었나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2025년 한국 인바운드 관광은 ‘회복’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사상 처음으로 18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팬데믹 종료 이후 억눌렸던 이동 수요가 풀린 결과라는 해석만으로는 이 흐름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관광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상당수는 항공권이나 환율이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 K팝을 통해 한국을 먼저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외래관광객조사에서도 외국인 방문객의 약 40%가 한류 콘텐츠를 접한 이후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응답했다. 콘텐츠 소비가 여행 행동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가 뚜렷해지면서, 한류는 이제 문화 현상을 넘어 인바운드 관광의 흐름을 바꾸는 핵심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관심에서 방문으로, 한류 관광이 작동하기 시작한 순간

한류가 관광으로 이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결정적 변화는 ‘한국 콘텐츠를 접한 외국인’이 더 이상 소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작됐다.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한류 콘텐츠를 꼽은 비율은 202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 여행은 이제 여행 박람회나 광고를 통해 처음 인식되는 목적지가 아니다. 콘텐츠 소비를 통해 이미 경험한 공간이 된 것이다.

 

이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선명해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글로벌 OTT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 K팝은 특정 국가의 문화상품이 아닌 보편적 콘텐츠로 소비됐다. 그 결과 한국은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이미 익숙하고 구체적인 이미지가 형성된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선택하는 출발점이 이동 조건이 아니라 문화 경험으로 이동한 배경이다.

 

실제 방문 행태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한류를 계기로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은 단순한 도시 구경보다 공연장, 촬영지, 콘텐츠 관련 공간 방문 비중이 높고, 체류 중 소비 활동도 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러한 집단을 ‘적극 한류 소비 집단’으로 분류하며, 이들이 재방문 의사와 타인 추천 의향이 모두 높은 인바운드 관광의 핵심 소비층이라고 평가했다. 관광객 수의 회복이 아니라 관광객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지점에서 2025년 1800만 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규모 지표를 넘어선다. 항공 노선 정상화나 환율 효과만으로 설명되는 양적 증가였다면, 관광객의 연령·성별·여행 방식까지 동시에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근 인바운드 관광은 20~30대 여성 비중 확대, 자유여행 중심 구조, 콘텐츠 연계 방문 증가라는 변화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한류 콘텐츠가 여행의 ‘동기’에서 ‘설계자’로 역할을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데이터로 확인된 변화, 관광객의 얼굴이 달라졌다

코로나 이후 외국인 관광객 구성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2025년 기준 외국인 관광객은 여성 비중이 남성보다 높고, 특히 20~30대 젊은 여성층이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단체 관광 중심의 중장년층 방문 구조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류 콘텐츠 소비층과 정확히 맞물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적극 한류 소비 집단의 90% 내외가 여성이고, 20~30대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가족 단위보다 개인 또는 친구·동료와 함께 여행하는 비율이 높고, 정형화된 일정 대신 자유로운 여행 방식을 선호한다. 한류 관광이 기존 인바운드 관광과 다른 궤적을 그리는 이유다.

 

지역과 여행 방식까지 흔들리는 인바운드 구조

관광객의 성격 변화는 여행 동선과 지역 방문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전히 서울 방문 비율이 가장 높지만, 최근에는 경상권을 중심으로 비수도권 방문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드라마·영화 촬영지, 공연장, 팬 이벤트 등 콘텐츠와 직접 연결된 공간이 새로운 관광 동선으로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방식 역시 달라졌다. 단체관광 비중은 빠르게 줄어든 반면, 개별여행과 에어텔 등 부분 패키지 상품 이용이 증가했다. 호텔 중심 숙박 구조는 유지되지만, 여행 전반에서는 자율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 행태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한류 팬 관광객이 단순 방문객이 아니라, 목적과 취향이 분명한 소비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유행’이 아닌 구조 변화로서의 한류 관광

전문가들은 한류가 촉발한 인바운드 관광 증가를 일시적 붐으로 보지 않는다. 콘텐츠는 반복 소비가 가능하고, 새로운 작품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특성을 지닌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한국에 대한 인식은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기보다 재방문과 추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바운드 관광의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한류는 관광 홍보 수단을 넘어, 관광 수요를 만들어내는 구조로 기능하고 있다. 콘텐츠 소비에서 여행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일상화되면서, 한국 인바운드 관광은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전환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1800만 명이라는 숫자는 그 결과이자 출발점이다. 다음 과제는 이 변화의 주체가 누구이며, 이들이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이다.

 

다음 편에서는 한류 관광을 움직이는 핵심 주체, ‘적극 한류 소비자’의 얼굴을 본격적으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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