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김응대 칼럼니스트] MZ세대는 누구보다 여행을 사랑한다. 낯선 도시에서의 자유, 새로운 경험, 자기 표현의 확장 -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삶의 일부가 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여행을 즐기는 세대가 정작 ‘여행을 업으로 삼는 일’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 WTTC(세계여행관광협회)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2035년까지 4천만 명이 넘는 일자리가 비어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새로운 세대는 그 자리를 선택하지 않는다. 일은 많지만,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MZ세대의 가치관은 단순하다. ‘돈보다 의미, 안정보다 성장.’ 하지만 관광업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다. 낮은 임금, 불규칙한 근무, 수평적이지 못한 조직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때 낭만의 상징이었던 호텔리어, 여행사 직원의 이미지는 이제 ‘과로와 감정노동의 대표직군’으로 바뀌었다. 이 세대는 일에서 ‘경험의 확장’을 원한다. 하지만 관광업은 여전히 ‘서비스 제공자’의 틀에 갇혀 있다. 타인의 여행을 돕는 동안, 자신의 삶은 멈춰 있는 느낌 - 그 불균형이 MZ세대를 이 산업에서
[뉴스트래블=김응대 칼럼니스트] AI가 여행을 설계하는 시대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숙소가 좋을지, 심지어 어느 순간에 감동을 느낄지도 이제 알고리즘이 제안한다. 수백만 명의 데이터가 쌓이고, 감정 패턴이 분석되며, 우리의 ‘취향’은 수치로 정리된다. 그 덕분에 여행은 점점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안전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 완벽할수록 감정이 사라진다. WTTC(세계여행관광협회)의 2025년 보고서 「The Future of Work in Travel & Tourism」는 AI가 관광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결정적 도구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동시에 보고서는 조용히 한 문장을 남겼다. “기술은 감정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대체할 수는 없다.” 바로 그 지점에서, 여행의 본질이 흔들린다. 호텔 프런트의 미소가 AI의 알고리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따뜻함은 여전히 ‘인간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 크루즈사우디의 고객응대 시스템은 승객의 얼굴 표정을 읽어 감정을 분류하고, 구글의 추천 엔진은 사용자의 심리 상태에 맞는 여행지와 음악을 동시에 제안한다. 모든 것이 개인화되지만, 이상하게 모든 경험이 비슷해진다. 예상된 감동은 감동이 아니
[뉴스트래블=편집국] 캄보디아에서 한국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22세의 젊은이는 해외 취업의 꿈을 안고 떠났지만, 납치와 폭행 끝에 생을 마감했다. 현지 경찰은 중국 국적 용의자 3명을 체포하고 ‘살인 및 기술을 이용한 사기’ 혐의로 기소했으며, 한국 외교부는 캄보디아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사건 발생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이번 사건이 드러낸 구조적 위험을 해소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불운이나 단발적 범죄가 아니다. 청년층을 겨냥한 해외 취업 사기, 인신매매형 노동 유인, 국가 간 법집행의 사각지대가 맞물린 구조적 문제다. 피해자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불확실한 취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던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 꿈은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됐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피해자는 캄포트주 보코르산 인근에서 폭행 흔적이 남은 채 발견됐다. 가족에게는 “아들이 구금됐다. 돈을 보내면 풀어주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현지 당국은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로 발표했지만, 고문과 폭행 정황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단순한 치안 문제를 넘어선 국제 범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여행은 인간이 품은 가장 오래된 환상이자, 가장 새로운 도전이다. 바람을 품은 돛단배가 미지의 바다를 건너던 시절부터, 증기선과 비행기가 대륙을 연결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 우리는 일상이라는 경계조차 넘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여행은 언제나 '더 멀리, 더 새롭게'를 향해 있었고, 그 여정은 상상에서 시작되어 현실을 이끌었다. ◇ 인공지능, 여행자의 감성을 읽는 동반자 미래의 여행에서 인공지능(AI)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감성을 이해하는 동반자로 진화한다. 과거에는 여행자가 목적지를 정하고, 정보를 검색하며 일정을 계획했다. 그러나 이제는 AI가 여행자의 기분과 취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여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일본 도쿄의 하네다 공항에서는 AI 로봇 ‘페퍼’가 관광객에게 실시간으로 길을 안내하고, 현지 맛집을 추천한다. 여행자가 피곤해 보이면 조용한 카페를, 활기차 보이면 야시장 코스를 제안하는 식이다. AI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여행자의 감정을 읽고, 그 순간 가장 필요한 경험을 선물한다. ◇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 여행은 이제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여행자는 출발
[뉴스트래블=김응대 칼럼니스트] 중국이 미국 보잉사로부터 항공기 5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항공업계 역사상 드물게 큰 규모의 거래다. 이는 단순한 항공사 차원의 운항 능력 확장을 넘어, 중국이 하늘을 전략적으로 확장하려는 ‘정책적 시그널’로 해석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관광산업이 있다. 항공 인프라는 관광산업의 ‘혈관’과도 같다. 더 많은 항공편, 더 넓은 네트워크는 관광 수요를 일으키고, 사람이 움직이는 만큼 돈도 움직인다. 이번 보잉 500대 구매는 중국이 향후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관광과 경제의 큰 판을 짜겠다는 선언이다. 문제는, 이 흐름의 바로 옆에 위치한 한국은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다. 지금 한국의 관광산업은 한류 열풍과 중국인 재유입 기대에 들떠 있지만, 정작 항공 접근성 개선, 관광지 분산 전략, 문화 콘텐츠 차별화 같은 구조적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관광 수요는 공기처럼 흐르는 법. 중국의 지방 도시들이 서울, 부산을 직항으로 연결하고, 동시에 일본, 동남아, 유럽으로도 직항을 확장한다면, 한국은 관광 허브가 아닌 ‘중간 기착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은, 중국이 이 항공기들을 통해 자국 내 관광 수요를 흡수할
[뉴스트래블=관리자] 여행은 설렘이다.정보를 맡기고, 일정을 따르고, 안전을 믿는다.그 믿음이 흔들릴 때, 여행은 추억이 아니라 불신이 된다. 참좋은여행은 이름부터 기대를 품게 한다.‘참 좋다’는 말은, 고객이 먼저 꺼내야 할 감탄이다.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행보를 보면, 그 말은 반어처럼 들린다. 2019년 5월,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이 침몰했다.천둥과 폭우 속에서도 일정은 강행됐다.참좋은여행은 “현지 인솔자가 판단했다”고 말했다.책임은 사라지고, 해명만 선명하게 남았다.사고 당시 현지 안전조치가 미비했고, 승무원도 부족했으며, 구명조끼 착용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그럼에도 여행사의 판단은 고객의 안전보다 앞섰다.고객의 안전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그것이 바로 ‘참 좋은’ 여행의 기본이다. 2024년, 고객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됐다.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외부 접속이 가능했다.침입탐지시스템은 없었고, 내부 직원 계정이 탈취됐다.여행 주문관리시스템도 뚫렸다.과징금은 1억7438만 원.정보는 떠났고, 신뢰는 돌아오지 않았다.안전과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2025년, 일본 법인은 1년 만에 철수했다.엔저 특수로 일본 여행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목적지를 고르고, 항공권을 예약하고, 숙소를 정하며 일정표에 작은 메모를 남길 때까지, 모든 순간은 기대와 흥분을 키운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하듯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심지어 여권 번호까지 여행사에 맡긴다. “여기가 내 정보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여행의 설렘은 곧바로 불안으로 바뀐다. 지난해 6월 발생한 모두투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그 불안을 현실로 보여준 사례다. 해커는 웹사이트의 파일 업로드 기능을 악용해 ‘웹셸(Web Shell)’을 설치했고, 이를 통해 서버에 접근해 약 306만 건의 개인정보를 탈취했다. 피해자는 회원뿐 아니라 비회원까지 포함됐으며, 이름,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번호 같은 기본적이면서도 민감한 정보들이 대량으로 흘러나갔다. 사건은 단순한 해킹 피해로 끝나지 않았다. 모두투어는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피해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두 달을 넘겼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34조가 정한 신속 통지 의무를 어긴 것이다. 게다가 이미 탈퇴했거나 단순 조회만 했던 비회원의 정보 316만 건을 2013년부터
[뉴스트래블=관리자] 공항은 거대한 실험실이다. 계획은 늘 무너지고, 사건은 예측 불가의 연극처럼 꼬인다. 여행자는 그 속에서 울지 못하고 웃지도 못한 채, 코미디 무대의 주연으로 끌려나온다. ◇ 늦잠, 여행의 첫 함정 눈을 떠 보니 출발 세 시간 전. 알람은 다섯 번이나 울렸지만, 내 귀에는 그저 ‘자장가’였다. 국제선 세 시간 전 도착이라는 금언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양말은 짝짝이, 가방은 대충. 허겁지겁 집을 나선 순간 깨달았다. 여행은 공항에 가기 전 이미 시작되며, 출발지는 언제나 ‘멘붕’이다. ◇ 콜비와 버스, 교통의 유머 택시 앱을 켜자마자 날아온 한마디. “콜비 5천 원 따로요.” 비행기도 못 탔는데 지갑이 먼저 이륙했다. 뒤늦게 보니 공항버스가 있었다. 좌석은 널찍, 기사님은 DJ처럼 방송까지. 택시는 편리했지만 오늘의 수업료였다. 길은 많아도 지갑은 하나라는 교훈만 남았다. ◇ 캐리어의 반란 체크인 카운터. 무심한 숫자 23.5kg이 떠오른 순간, 직원의 미소와 함께 초과요금이 날아왔다. 신발을 꺼내 간신히 통과했지만, 지퍼가 터지며 속옷이 반란군처럼 흩어졌다. 캐리어는 동맹군이자 배신자였다. 결국 체면을 팔아 요금을 아낀, 씁쓸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