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안다만해의 잔잔한 바다 위, 녹색으로만 보이는 작은 섬 하나가 지도에서 거의 흔적처럼 놓여 있다. 북센티널. 이곳은 위성사진으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최후의 고립사회이자, 외부인의 발을 허락하지 않는 절대 금지 구역이다. 해안선은 언제나 고요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기이한 긴장감이 공기를 가른다. 나무 사이의 그림자처럼 존재만 전해질 뿐, 그들의 언어도, 숫자도, 역사의 기록도 바깥세계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고요하지만 닿을 수 없는 해안선북센티널 섬은 인도령 안다만 제도에 속해 있지만, 행정의 손길은 해안선에서 멈춘다. 바다 위에서 바라보면, 이 섬은 그저 빽빽한 열대림이 해변까지 내려온 평범한 무인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그 단단한 침묵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나무의 그림자 사이로 인간의 기척이 스치지만, 그 존재는 결코 ‘보여지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섬은 수만 년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고립된 문화를 이루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위성 사진에서조차 내부는 거의 식별되지 않으며, 해변에 떠밀려온 배의 잔해만이 이 섬이 단지 자연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동체의 영토’임을 암시한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인도가 ‘축제의 땅’이라는 명성을 다시금 입증했다. 한국관광공사 뉴델리지사가 12월 발표한 '인도 축제관광 육성 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5일간 열린 마하 쿰브 멜라(Maha Kumbh Mela)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교 축제로 기록됐다. 행사 기간 동안 약 6억 6천만 명이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 주 프라야그라지에 모였으며, 인도 정부는 이번 축제가 약 400억 달러(57조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 GDP의 1% 이상을 기여한 수치다. 보고서는 행사 현장에서 AI 기반 보안 카메라와 드론이 군중 관리에 투입됐고, 축구장 7,500개 규모의 임시 도시가 조성돼 수십만 개의 텐트와 화장실이 설치됐다고 전했다. 또한 ‘그린 마하 쿰브(Green Maha Kumbh)’라는 이름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대규모 조림 사업 등 친환경 캠페인이 진행되며 기후 변화 대응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압사 사고, 열악한 위생 시설, 사회경제적 불평등, 임시직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일부 언론은 축제 기간 취재 제한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언론 자유
[뉴스트래블=편집국] 아라비아해 남쪽 끝, 대륙에서 수천만 년 동안 떨어져 나온 작은 섬 하나가 있다. 예멘 소코트라. 지구에 속해 있으면서도 지구의 감각을 벗어난 이 섬은, 우산 모양의 드래곤블러드 트리(Dragon’s Blood Tree, 용혈수)가 붉은 수액을 숨기고 서 있고, 바람과 침묵이 묘하게 엇갈리는 외계의 장면을 조용히 펼쳐 보인다. 접근조차 어려운 고립의 땅이지만, 바로 그 고립 덕분에 지구가 오래전 잃어버린 풍경이 아직도 이곳에 남아 있다. 바람이 깎아 만든 외계의 산림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이 만나는 길목, 그 바람의 경계면에 자리한 소코트라 섬은 지리적으로는 예멘이지만 정서적으로는 지구 어딘가와 단절된 또 하나의 대륙 같다. 수천만 년 동안 대륙과 분리된 채 독자적으로 남아 있던 이 섬은 ‘시간의 고립’이 만들어낸 생태의 박물관처럼 보인다. 섬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이 ‘피의 드라세나’라 불리는 드래곤블러드 트리다. 우산처럼 벌어진 수관은 뜨거운 해풍을 맞으며 균열 없이 버티고 서 있고, 가까이 다가가면 나무껍질 틈으로 붉은 수액이 굳어 흘러내린 흔적이 보인다. 고대인들은 이를 약재로 사용했고, 중세의 항해자들은 이 낯선 붉은색
[뉴스트래블=편집국] 러시아 사하(야쿠티아) 공화국 동쪽 끝, 끝없이 이어지는 라르크트강 계곡 깊숙한 자리. 겨울이면 태양조차 수평선 위로 오래 머물지 못하는 이 땅에, 지구에서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한 정주지가 있다. 오이먀콘(Oymyakon). 수은이 얼어붙어 온도계가 멈추는 곳, 1933년 관측된 영하 –67.7℃는 인간이 ‘살고 있는 곳’에서 기록된 최저 기온으로 지금도 세계에 남아 있다. 이곳의 겨울은 단지 춥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생존 자체가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다른 행성에 가까운 공간이다. 온도가 멈춘 마을오이먀콘의 겨울은 10월 말부터 시작된다. 기온이 영하 40℃ 아래로 떨어지는 데는 며칠도 걸리지 않는다. 12월과 1월의 평균 기온은 –45℃에서 –50℃, 그리고 최저는 –60℃ 아래로 내려간다. 이 지역은 북극해의 찬 공기가 사하 고원에 갇히며 빠져나가지 않는 ‘한랭 호(Cold Basin)’ 지형이다. 공기가 정체되면 마을 위로 안개가 낮게 깔리고, 숨을 쉬는 사람과 짐승의 입김이 하얀 층을 이루며 흩어진다. 그 풍경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기온이 너무 낮아 차를 밖에 세워두면 엔진오일이 어는 것은 물론, 금속 부품이 부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 벨기에는 특별한 맥주로 겨울을 맞이한다.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생산되는 ‘크리스마스 맥주’다. 한국에서 맥주는 차갑게 마셔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벨기에 사람들은 이 맥주를 10~12도의 미지근한 온도에서 천천히 음미한다. 차갑게 마시면 풍부한 향신료와 은은한 단맛이 묻히기 때문에, 와인처럼 향을 즐기며 한 모금씩 마시는 것이 전통이다. 크리스마스 맥주의 역사는 중세 수도원에서 시작된다. 겨울철 순례자와 손님을 위해 수도승들이 특별히 만든 배치가 그 기원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건포도와 계피, 정향, 카라멜, 오렌지필 같은 향신료가 더해져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매년 레시피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그 해의 맥주는 그 해에만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벨기에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맥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연말에만 찾아오는 친구와도 같다. 집집마다 올해의 맥주를 고르는 전통이 있고, 전용잔과 함께 구성된 패키지는 가족과 친구에게 주는 인기 있는 선물이 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벽난로 앞에서 함께 잔을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맥주와 갓 구운 와플을 곁들이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오스트리아의 크리스마스 마켓(Christkindlmarkt)은 시각적인 화려함뿐만 아니라 미각과 후각을 사로잡는 풍성한 미식 경험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11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마켓을 가득 메우는 따뜻한 향기는 방문객들에게 마법 같은 축제 분위기를 선사하며, 겨울 유럽 여행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시장의 영혼: 추위를 녹이는 '글뤼바인' 오스트리아 크리스마스 마켓의 핵심은 단연 글뤼바인(Glühwein)이다. 와인에 계피, 정향, 오렌지 껍질 등 다양한 향신료와 설탕을 넣어 따뜻하게 데운 이 음료는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손과 몸을 녹여주는 역할을 한다. 비엔나 시청 앞 광장에서부터 잘츠부르크의 바로크 구시가지까지, 글뤼바인 한 잔은 축제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열쇠와 같다. 일반적인 글뤼바인 외에도 럼이나 슈냅스(Schnapps)를 추가해 도수를 높인 펀치(Punsch)나 어린이들을 위한 달콤한 무알코올 음료도 마련되어 있어 남녀노소 모두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축제 분위기를 완성하는 고소한 향 글뤼바인의 향과 함께 거리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구워낸 견과류의 고소한 냄새다. 구운 아몬드 (Gebrannte Man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매년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오스트리아 전역이 반짝이는 불빛과 향긋한 글뤼바인(Glühwein, 따뜻한 와인) 향으로 물들고 있다.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축제와 문화의 장으로 거듭난 오스트리아의 크리스마스 마켓(Christkindlmarkt)이 겨울 유럽 여행의 핵심 콘텐츠로 급부상하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제국의 우아함, 도시형 크리스마스 마켓 오스트리아의 주요 도심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웅장함과 우아함을 자랑하며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실현한다. 비엔나 시청 앞 광장 (Rathausplatz): 가장 규모가 큰 이곳은 '비엔나 크리스마스 꿈(Wiener Weihnachtstraum)'이라 불린다. 수많은 수공예품 가판대와 미식 요리 부스는 물론, 조명으로 장식된 시청사를 배경으로 대형 아이스 링크와 하트 조형물 나무가 설치되어 매년 수많은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잘츠부르크 크리스트킨들 마르크트: 바로크 양식 구시가지 중심부인 돔 광장과 레지덴츠 광장에서 열려 고풍스러운 매력을 더한다. 전통적인 오두막들이 바로크 건축물과 조화로운 풍경을 연출하며 독특한 축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스브루크 구시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남태평양의 미개척지로 불리는 솔로몬 제도(Solomon Islands)가 차별화된 관광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솔로몬 제도 관광청(Tourism Solomons)은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의 여행 업계 전문가들의 창의성을 결합한 새로운 관광 캠페인 라인을 공개하며, '진정한 태평양'을 찾는 모험가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행 전문가의 통찰이 빚어낸 브랜드 전략이번 캠페인은 '당신의 상상력을 항해하게 하라(Let Your Imagination Set Sail)'는 슬로건 아래 진행됐으며, 기존의 세련된 리조트 중심지(피지, 사모아 등)와 차별화된, '미개척, 정통, 야생의 경이로움'이라는 솔로몬 제도의 본질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타겟은 꾸며지지 않은 경험과 모험을 선호하는 호주 및 뉴질랜드 시장의 어드벤처 여행객 및 자연 애호가로 설정됐다. 두 마리 토끼 잡은 핵심 슬로건 공개솔로몬 제도의 이중적 매력을 집약한 두 개의 슬로건은 대규모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이 문구들은 솔로몬 제도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호주 시장 선정: 'Solomon Islands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 잊고 지낸 진정한 '자유'와 '경이로움'을 경험하고자 하는 여행자들에게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심장부, 투아모투 제도(Tuamotu Archipelago)가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투아모투 원정대(TUAMOTU expeditions)가 기획한 이번 특별 여정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바다와 문화, 그리고 인간의 자유가 하나 되는 투아모투의 영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몰입형 탐험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아파타키(Apataki) 등 투아모투 제도의 야생 그대로의 중심부를 관통하며, 오직 스노클링과 드리프트 어드벤처(Drift Adventures)를 통해 이 환상적인 수중 세계를 만끽하게 된다. 야생의 투아모투를 관통하는 '드리프트 어드벤처' 6박 5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 원정은 매일 새로운 수중 장관을 펼쳐 보인다. 여행객들은 때 묻지 않은 라군을 순항하며 다채로운 산호 정원을 탐험하는 것은 물론, 생명력이 폭발하는 드롭 오프(Drop-off) 위를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투아모투의 바다는 '생명의 대폭발'이라 불릴 만큼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한다. 반짝이는 물고기 떼, 우아하
[뉴스트래블=편집국] 여름의 끝자락, 펜실베이니아 북부의 61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지도에는 표기돼 있지만 풍경에서는 사라진 도시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 사이로 가늘게 피어오르는 희뿌연 연기, 잡초가 파고든 아스팔트, 누구의 발자국도 남지 않은 빈 길. 이곳 센트럴리아(Centralia) 는 한때 2,700명이 살던 탄광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단 5명의 주민만 남은 ‘실존하는 유령도시’다. 이 도시는 1962년 5월, 깊이 30~90m 지하에서 이어지는 광산 갱도가 불붙으면서 비극의 궤도에 들어섰다. 시는 쓰레기 소각장을 청소하기 위해 불을 붙였지만, 불씨가 버려진 갱구로 스며들며 탄층 전체가 타기 시작했다. 초기 진화 비용은 1만 달러, 이후 연방정부가 투입한 예산은 400만 달러가 넘었다. 그러나 불은 꺼지지 않았다. 탄광 화재는 한 번 시작되면 산소·갱도·미개척 탄층을 타고 수십 년 이상 이동한다. 센트럴리아의 지하 화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 연기는 고요하게 피어오르고, 땅은 보이지 않게 무너진다센트럴리아를 걷다 보면 먼저 느껴지는 것은 ‘소리 없음’ 이다. 자동차 소리가 없고, 인적도 없다. 마을 중앙의 벤트로드에 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