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아프리카 동남부 말라위. 곡창지대가 펼쳐진 평원에 해가 질 무렵, 아이들은 들판으로 달려 나가 작은 생명체를 쫓는다. 포획 도구는 화려하지 않다. 플라스틱 병이나 간단한 덫이면 충분하다. 목표는? 흔한 스낵이자 귀한 단백질, 바로 생쥐다. 다 잡으면 꼬챙이에 꿰어 통째로 구운 뒤 시장에 내놓는다. 깔끔한 도시 여행자에게는 충격 그 자체. 그러나 말라위 사람들에겐 사바나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이자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익숙함과 혐오감이 공존하는 음식, 생쥐 꼬치는 오늘도 누군가의 저녁 밥상을 지킨다. 생쥐 꼬치(Mouse Skewers)는 말라위를 비롯해 잠비아, 짐바브웨 등 남부 아프리카에서 흔히 발견되는 거리 음식이다. 주 재료는 ‘필드 마우스’라고 불리는 들쥐. 농경지 주변에서 곡물을 파먹으며 번식하기 때문에, 잡아먹는 일은 식량 보호이자 일종의 해충 방제 역할도 한다. 비유하자면, 농작물의 천적을 직접 식탁에 올리는 ‘순환식 미식’인 셈이다. 잡는 시기는 대체로 수확기와 맞물린다. 곡식 곳간을 노리는 들쥐가 가장 활발한 때, 아이들과 어른들은 함께 사냥을 나선다. 말라위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불을 피워 들판을 태워가며
[뉴스트래블=편집국] 러시아 사하(야쿠티아) 공화국 동쪽 끝, 끝없이 이어지는 라르크트강 계곡 깊숙한 자리. 겨울이면 태양조차 수평선 위로 오래 머물지 못하는 이 땅에, 지구에서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한 정주지가 있다. 오이먀콘(Oymyakon). 수은이 얼어붙어 온도계가 멈추는 곳, 1933년 관측된 영하 –67.7℃는 인간이 ‘살고 있는 곳’에서 기록된 최저 기온으로 지금도 세계에 남아 있다. 이곳의 겨울은 단지 춥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생존 자체가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다른 행성에 가까운 공간이다. 온도가 멈춘 마을오이먀콘의 겨울은 10월 말부터 시작된다. 기온이 영하 40℃ 아래로 떨어지는 데는 며칠도 걸리지 않는다. 12월과 1월의 평균 기온은 –45℃에서 –50℃, 그리고 최저는 –60℃ 아래로 내려간다. 이 지역은 북극해의 찬 공기가 사하 고원에 갇히며 빠져나가지 않는 ‘한랭 호(Cold Basin)’ 지형이다. 공기가 정체되면 마을 위로 안개가 낮게 깔리고, 숨을 쉬는 사람과 짐승의 입김이 하얀 층을 이루며 흩어진다. 그 풍경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기온이 너무 낮아 차를 밖에 세워두면 엔진오일이 어는 것은 물론, 금속 부품이 부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탄자니아의 시장에 가면 반짝이는 금빛 스낵 대신, 통통하고 하얀…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 곤충이라기엔 크고, 고기라기엔 모양이 생소한 이 음식은 바로 ‘자자(Zaza)’라 불리는 대형 유충 요리다. 처음 보는 사람은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한 비주얼. 하지만 사바나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겐 이만큼 든든한 단백질이 없다. 고단백, 친환경,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 불에 구워 바삭하게 만들면 고소함이 입안을 채운다. 음식은 때로 편견을 깨는 모험이 된다. 탄자니아 자자는 그 사실을 강렬하게 증명하는 한 입이다. 자자는 주로 ‘곤도(Gondo)’ 또는 ‘곰부(Gombu)’라 불리는 큰 비단벌레 유충을 말한다. 탄자니아 중부와 서부의 열대 숲, 그리고 이웃국인 잠비아 및 콩고민주공화국까지 사는 이 유충은 비가 많이 오는 시기이면 나무껍질 속을 가득 채운다. 과거 부족 사회에서 고기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 왔다. 현지 사람들이 자자를 채취하는 과정은 제법 모험적이다. 나무를 쪼개며 숲 속 깊숙이 들어가거나, 높은 나뭇가지에 올라가 유충이 모여 있는 부분을 찾아낸다. 크고 통통한 모습은 처음
[뉴스트래블=편집국] 남대서양 한가운데의 바람은 육지의 방향을 잃고 부유한다. 그 흐트러진 바람의 길목에, 면적 49㎢의 하얀 섬 하나가 걸려 있다. 지도 위에서는 점 하나로 표기되지만, 실제로는 파도와 안개가 빚어낸 거대한 얼음의 덩어리 - 그곳이 바로 ‘부베섬’이다. 지구에서 가장 고립된 섬. 이 낱말은 때때로 과장된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부베섬만큼은 예외다. 가장 가까운 육지까지 1600km 이상. 항구도, 주민도, 문명의 흔적도 없이 바다와 바람만이 머무는 공간. 어쩌면 ‘섬’이라기보다, 바다에 떠 있는 한 장의 백색 기록지에 가깝다. ■ 접근 자체가 ‘여정’이 되는 곳부베섬으로 간다는 것은 ‘도착’을 목표로 하는 여행이 아니다. 그저 접근을 시도해보는 과정 자체가 여정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연구선이 출항해도 수일간의 거친 항해가 이어지고, 섬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조차 배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주변 해역은 높은 파도와 차가운 난류가 교차하며 상시 격랑을 만든다. 상륙을 위해 보트라도 내리려 하면, 파도는 그것을 작은 장난감처럼 휙 뒤집어 놓는다. 그래서 부베섬의 풍경은 대부분 멀리서 관찰된 사진들, 혹은 드물게 착륙에 성공한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누가 거미를 먹는다고?” 질문은 쉽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시장에 가면 답은 눈앞에 있다. 뜨겁게 달군 기름 속에서 바삭하게 튀겨져 금빛으로 빛나는 타란툴라. 관광객들은 도전과 인증을 위해, 현지인들은 일상의 단백질을 위해 가볍게 집어 든다. 처음엔 다리부터, 그리고 망설임 끝에 몸통까지. 바삭함과 고소함이 뒤섞인 그 맛에는 생존의 역사와 전쟁의 상처가 깃들어 있다. 끔찍함과 호기심 사이, ‘한 입의 모험’이 되는 순간. 캄보디아 타란툴라 튀김은 두려움을 이긴 자만이 알 수 있는 풍미를 선사한다. 타란툴라를 먹는 문화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 캄보디아 내전과 크메르 루즈 정권 시기, 극심한 식량 부족 속에서 사람들이 숲과 들에서 단백질원을 찾아 헤맨 것이 시작이었다. 버려진 관념의 틈에서 발견된 건, 무시무시한 외형 뒤에 숨겨진 영양이었다. 타란툴라는 사실 매우 영양가가 높은 식재료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은 적으며, 필수 아미노산과 미량 영양소도 포함한다. 캄보디아 북서부 스콩(Skuon)은 이 음식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거리 노점마다 크고 털북숭이한 거미가 산처럼 쌓여 있고, 튀겨지는 순간 특유의 고소한 향이
[뉴스트래블=편집국] 여름의 끝자락, 펜실베이니아 북부의 61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지도에는 표기돼 있지만 풍경에서는 사라진 도시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 사이로 가늘게 피어오르는 희뿌연 연기, 잡초가 파고든 아스팔트, 누구의 발자국도 남지 않은 빈 길. 이곳 센트럴리아(Centralia) 는 한때 2,700명이 살던 탄광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단 5명의 주민만 남은 ‘실존하는 유령도시’다. 이 도시는 1962년 5월, 깊이 30~90m 지하에서 이어지는 광산 갱도가 불붙으면서 비극의 궤도에 들어섰다. 시는 쓰레기 소각장을 청소하기 위해 불을 붙였지만, 불씨가 버려진 갱구로 스며들며 탄층 전체가 타기 시작했다. 초기 진화 비용은 1만 달러, 이후 연방정부가 투입한 예산은 400만 달러가 넘었다. 그러나 불은 꺼지지 않았다. 탄광 화재는 한 번 시작되면 산소·갱도·미개척 탄층을 타고 수십 년 이상 이동한다. 센트럴리아의 지하 화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 연기는 고요하게 피어오르고, 땅은 보이지 않게 무너진다센트럴리아를 걷다 보면 먼저 느껴지는 것은 ‘소리 없음’ 이다. 자동차 소리가 없고, 인적도 없다. 마을 중앙의 벤트로드에 서면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그리스의 어느 골목 식당에 들어서면, 따끈하게 김이 솟는 오븐 앞에서 셰프가 큼지막한 틀에 칼을 넣는다. 바삭한 표면 아래로 고기와 파스타, 베샤멜 소스가 층층이 드러나는 순간, 테이블마다 기대 어린 시선이 쏠린다. 이 요리의 이름은 파스티치오(Pastitsio).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는 라자냐 같기도 하고, 거대한 그라탕 같기도 하지만, 한입 베어 물면 확실히 다른 맛이 느껴진다. 그리스 특유의 계피 향이 고기의 풍미 속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제국이 남긴 음식의 기억을 되살린다. 전통과 식민, 지중해의 따스함이 골고루 녹아든 한 접시. 파스티치오는 그리스 가정의 평범한 일상 음식인 동시에, 역사가 차곡차곡 쌓인 미식의 시간 여행이다. 파스티치오를 이해하려면, 지중해 한가운데서 끊임없는 침입과 교류를 겪어온 그리스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이탈리아와 터키, 그리고 아랍 세계의 문화가 수백 년에 걸쳐 엮이면서, 그리스 식탁에도 다양한 요리가 흘러들어왔다. ‘파스티치오’라는 이름 자체가 이탈리아어 Pastizio에서 왔다. ‘혼합물’, 혹은 ‘뒤섞인 것’이라는 뜻이다. 처음부터 정형화된 요리가 아니라, 여러 기반 문화가 버무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기어때투어가 ‘노팁·노쇼핑·풀옵션’을 광고했지만, 현지에서는 선택관광을 사실상 강요하고 숙소 위생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여행객들의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여행사 측은 ‘업계 관행’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내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은 ‘풀옵션’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 “풀옵션이라더니 첫날부터 옵션 판매”…A씨 “기만당한 느낌” 피해를 주장한 A씨(50대, 여)는 지난달 19일 장가계 3박 4일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다. 상품은 ‘노팁·노쇼핑·풀옵션’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여기어때투어는 “대표적 선택관광을 모두 포함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부터 옵션을 안내했다”며 “풀옵션이라 믿고 예약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선택관광을 안내받아 여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고 전했다. 여기어때투어 측은 “장가계 특성상 현지에서만 선택 가능한 일부 옵션이 존재하며, 사전에 계약서와 일정표에 명시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 “업계 관행”이라는 설명…하지만 하나투어·모두투어는 “풀옵션 안 쓴다” 여기어때투어는 ‘풀옵션’이라는 문구가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되던 표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스웨덴 사람들에게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특별한 통조림이 있다. 못 열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냄새 맡아본 사람은 없다는 바로 그 문제적 음식.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이라는 이름의 발효 청어는 바다 냄새를 넘어, 지구 어디에서도 맡기 힘든 충격적 향으로 악명 높다. 하지만 이 통조림 속엔 북유럽 사람들의 생존 본능과 저장 기술, 그리고 축제의 문화까지 오롯이 담겨 있다. 코를 막게 하지만 한 번 알고 나면 절대 잊지 못하는 맛. 스웨덴의 한여름, 발효 청어가 식탁 위의 스릴이 된다. 수르스트뢰밍의 역사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웨덴에서는 소금이 귀했다. 그 귀한 소금을 아껴 쓰기 위해 청어를 살짝만 절인 뒤 발효시키는 방식이 생겨났다. 덕분에 혹독한 겨울에도 단백질 공급이 가능했고, 이 저장음식은 오랜 세월 북유럽 서민의 생존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청어는 발효 과정에서 젖산균이 들어가 강렬한 향을 만들어낸다. 이 향은 흔히 ‘상한 음식’의 냄새와 비교되지만, 사실 과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다. 암모니아, 황 성분이 뒤섞인 이 향은 그저 도전자의 멘탈을 시험할 뿐, 식중독과는 거리가 멀다. 스
[뉴스트래블=편집국] 건기(6~10월)의 아침.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지대, 르프트 계곡 가장자리에 자리한 나트론 호수는 마치 거대한 붉은 거울처럼 태양을 반사한다. 물결은 거의 없다. 바람조차 이 호수의 표면을 건드리지 못하는 듯한 정적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공기는 은근한 열기에 젖어 있고, 고약할 정도로 짠 냄새와 함께 탄산염의 비린 향이 코를 찌른다. 눈앞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인간의 감각을 불편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확실히 존재한다. 나트론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환경을 가진 호수 중 하나로 분류된다. pH는 최대 12에 이르고, 수온은 얕은 지역 기준 40~60℃까지 상승한다. 이는 가성소다 공장 탱크에 가까운 수치다. 물속에는 염도가 높은 환경에 적응한 시아노박테리아와 소금세균이 번성하는데, 이들의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호수를 붉은색 또는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이 풍경은 사진으로 보면 초현실적이지만, 실은 철저하게 화학 반응이 만든 ‘지질의 결과물’이다. ■ “만지면 돌이 된다”는 신화와 과장나트론 호수는 ‘돌이 된 새와 동물’ 사진으로 전 세계에 유명해졌다. 호수 인근에서 촬영된 박쥐나 새의 사체는 마치 석고상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굳어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