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파리를 걷는 사람은 누구나 도시가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화려함을 떠받치는 지하 깊은 곳에는, 전혀 다른 표정의 파리가 있다. 계단 131개를 내려가면 도시는 갑자기 어두워지고, 공기는 서늘해지며, 수 세기 동안 이동한 뼈들이 미로처럼 이어진 광대한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빛 없는 공간에서 인간의 흔적은 돌이 아니라 해골과 뼈로 쌓여 있고, 기묘한 침묵이 그 모든 것을 지탱한다. 그곳이 바로 파리 카타콤이다. 도시 아래의 또 다른 도시파리 남부 몽파르나스 거리 아래에는 지상과 전혀 다른 풍경이 있다. 천장에는 오래된 채석장의 흔적이 얼룩처럼 남아 있고, 벽면에는 습기가 스며든 석회암이 층을 이루며 무너질 듯 이어져 있다. 지표면의 밝은 파리와 달리 이곳의 공기는 무겁고 촉촉하며, 한 걸음 떼는 소리조차 길게 울린다. 18세기 말까지 이 공간은 단순한 ‘갱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파리의 죽음이 이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좁은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통로의 경계가 갑자기 바뀐다. 석벽을 대신해 사라지는 것은 수백만 구의 인간 뼈다. 정교하게 쌓인 대퇴골과 두개골이 마치 벽돌처럼 겹겹이 쌓여 이어지는데, 이 배열은 장식이 아니라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이제 여행은 스마트폰 속에서 시작되고, 데이터로 완성된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어떤 경험을 할지는 점점 여행자 개인의 의지보다 플랫폼과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관광 산업의 흐름을 좌우하는 권력은 전통적인 여행사에서 거대 플랫폼으로 넘어갔다. 호텔 예약 플랫폼, 검색 포털, 지도 서비스, 소셜 미디어는 여행객의 선택 패턴을 수집하고 이를 다시 여행 추천에 활용한다. 과거에는 입소문과 방송 콘텐츠가 특정 여행지를 유명하게 했지만, 지금은 사용자 검색량과 반응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목적지의 인기를 만들거나 꺾는다. 플랫폼의 구조와 홍보 알고리즘이 관광 흐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알고리즘의 힘은 특히 도시 관광에서 뚜렷하다. 파리, 런던, 도쿄 등 주요 도시의 관광 동선은 플랫폼 추천에 따라 몇 가지 특정 지역으로 집중된다. SNS에서 자주 소비되는 포토스팟이 여행계획의 기준이 되고, 지도 서비스의 평점이 음식점 성패를 좌우한다. 지역 당국이 구성한 관광 루트보다 스마트폰 화면이 더 막강한 가이드북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불균형을 더 키운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지중해의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섬 사르데냐. 푸른 바다와 돌담, 그리고 양들이 평원을 하얗게 물들이는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기이한 치즈가 있다. 바로 ‘카수 마르주(Casu Marzu)’. 직역하면 ‘썩은 치즈’. 그런데 이 치즈는 단순히 오래됐다는 수준이 아니다. 치즈 속에서 꿈틀대는 생명체, 바로 살아있는 구더기가 주인공이다. 유럽연합(EU)이 한때 판매를 금지할 정도의 위력. 여행자가 이 치즈를 마주하는 순간, 식탁은 호기심과 공포가 뒤섞인 작은 모험의 현장이 된다.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혀가 아닌 용기로 맛보는 한입, 이 섬의 오랜 풍습과 절실한 생존의 역사가 그 안에 녹아 있다. 카수 마르주의 출발은 생존의 지혜였다. 옛 사르데냐 사람들은 냉장고도, 현대적인 식품 보존 기술도 없었다. 양젖 치즈 ‘페코리노’를 저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파리류가 알을 낳았고, 그 유충이 치즈 안을 파고들며 발효가 가속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치즈는 더 부드러워지고 향은 더 강렬해졌다. 문제는 그 향의 방향이 ‘고소함’을 지나 ‘암모니아 풍’으로 돌진한다는 것. 치즈를 자르면 눈앞에서 미세한 생명체들이 팔딱거리며 점프할 때도 있어, 먹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세계 곳곳의 명소들은 관광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그 관광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경제적 성과와 생태적 부담이 충돌하는 모순이 커지는 가운데, 관광의 미래는 환경을 지키는 선택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자연이다. 제주도의 해안 사구, 발리의 산호초, 하와이 해변의 생태계는 늘어난 방문객만큼 빠르게 훼손된다. 땅은 다져지고 바다는 오염된다. 화려한 개발의 뒤편에 남겨진 자연은 그 변화를 감당하지 못한다. 관광 산업은 성장한다는 이유로 자연을 소비해왔다. 더 많은 숙박시설, 더 넓은 골프장, 더 높은 전망대를 위해 삼림을 베고 해안을 깎았다. 하지만 건설이 낳는 근시안적 이익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가 기후 위기를 가속하면서, 관광 그 자체가 변화의 대상이 됐다. 여행자들의 인식에도 균열이 생겼다. 항공 이동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사실이 됐고, ‘가벼운 여행’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이동’에 대한 고민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여행객에게는 가격과 편의가 우선한다. 정부와 업계는 이 딜레마의 해법을 찾기 위해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고요한 초원의 아침, 검은 소 떼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고, 칼렌진족 청년들은 날렵한 몸으로 목초지 위를 달린다. 그들의 생활은 늘 소와 함께이고, 영양 또한 소에서 나온다. 케냐의 전통 발효 음료 ‘무르식(Mursik)’은 그 독특한 증거다. 우유에 숯가루를 섞고, 필요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소의 피를 소량 섞어 만든다. 여행자 입맛에는 도전적이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조상 대대로 이어진 건강음료. 이 한 잔에 유목의 생존 철학과 ‘달리는 민족’이 탄생한 배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는 과연, 피로 만들어진 이 우유 한 모금을 마실 용기가 있을까. 케냐 서부의 리프트밸리(Rift Valley)는 세계 장거리 육상 영웅들이 태어난 땅이다. 케냐의 칼렌진(Kalenjin)족, 특히 난디(Nandi) 사람들은 매년 올림픽과 세계 대회에서 금빛 트랙을 점령해왔다. 이 지역의 청년들이 어떻게 그토록 강인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이들은 전통 발효 음료 무르식(Mursik)을 언급한다. 무르식은 기본적으로 소의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다. 그러나 그 시작은 단순한 발효 우유가 아니다. 칼렌진족의 문화에서 소는 재산이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