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스웨덴 사람들에게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특별한 통조림이 있다. 못 열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냄새 맡아본 사람은 없다는 바로 그 문제적 음식.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이라는 이름의 발효 청어는 바다 냄새를 넘어, 지구 어디에서도 맡기 힘든 충격적 향으로 악명 높다. 하지만 이 통조림 속엔 북유럽 사람들의 생존 본능과 저장 기술, 그리고 축제의 문화까지 오롯이 담겨 있다. 코를 막게 하지만 한 번 알고 나면 절대 잊지 못하는 맛. 스웨덴의 한여름, 발효 청어가 식탁 위의 스릴이 된다.
수르스트뢰밍의 역사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웨덴에서는 소금이 귀했다. 그 귀한 소금을 아껴 쓰기 위해 청어를 살짝만 절인 뒤 발효시키는 방식이 생겨났다. 덕분에 혹독한 겨울에도 단백질 공급이 가능했고, 이 저장음식은 오랜 세월 북유럽 서민의 생존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청어는 발효 과정에서 젖산균이 들어가 강렬한 향을 만들어낸다. 이 향은 흔히 ‘상한 음식’의 냄새와 비교되지만, 사실 과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다. 암모니아, 황 성분이 뒤섞인 이 향은 그저 도전자의 멘탈을 시험할 뿐, 식중독과는 거리가 멀다. 스웨덴에서는 이 통조림을 절대 실내에서 열지 않는다. 야외에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조심스럽게 캔을 따는 순간 ‘폭발’은 이미 예고된 일이다.
먹는 방식도 철저히 현지 스타일이 있다. 무념무상의 자세로, 얇고 부드러운 무른빵 레포(Lavpalt) 또는 감자와 양파, 사워크림을 곁들여 향을 최소화한다. 이렇게 조합하면 기묘하게도 맛은 고소하고 부드럽다. 향과 맛의 괴리에서 오는 혼란이 바로 수르스트뢰밍의 매력이다.
요즘엔 이 발효 청어가 더 이상 생존식이 아니라 ‘문화’가 됐다. 스웨덴 사람들은 8월 셋째 주, 수르스트뢰밍 축제(Surströmmingspremiär)를 연다. 가족들이 모여 웃고 떠드는 자리에서, 냄새는 오히려 즐거움의 요소다. “이걸 먹을 수 있는 우리가 진짜 스웨덴 사람이지!”라는 자부심 섞인 농담도 빠지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도전 정신을 안고 이 음식에 접근한다. 유튜브에는 ‘세계에서 가장 냄새나는 음식 챌린지’라는 자극적 콘텐츠가 넘쳐난다. 통조림을 따는 순간 도망치는 사람부터, 눈물을 쏟는 사람까지 반응은 다양하다. 하지만 정작 스웨덴 사람들은 말한다. “냄새만 극복하면 정말 별미야.” 그 말이 허상인지 진실인지는, 결국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
수르스트뢰밍은 단순히 ‘지독한 발효 음식’이 아니다. 혹독한 자연을 견뎌낸 이들의 지혜이자,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문화적 상징이다. 코로는 버티기 힘들지 몰라도, 스웨덴의 역사와 자부심을 온전히 맛볼 수 있는 음식. 여행이란 결국 낯선 문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니까. 용기를 내어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북유럽의 바람과 생존의 시간이 입안 가득 스민다. 스웨덴 사람들이 왜 이 음식 앞에서 웃는지, 그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