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관리자] 공항은 거대한 실험실이다. 계획은 늘 무너지고, 사건은 예측 불가의 연극처럼 꼬인다. 여행자는 그 속에서 울지 못하고 웃지도 못한 채, 코미디 무대의 주연으로 끌려나온다. ◇ 늦잠, 여행의 첫 함정 눈을 떠 보니 출발 세 시간 전. 알람은 다섯 번이나 울렸지만, 내 귀에는 그저 ‘자장가’였다. 국제선 세 시간 전 도착이라는 금언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양말은 짝짝이, 가방은 대충. 허겁지겁 집을 나선 순간 깨달았다. 여행은 공항에 가기 전 이미 시작되며, 출발지는 언제나 ‘멘붕’이다. ◇ 콜비와 버스, 교통의 유머 택시 앱을 켜자마자 날아온 한마디. “콜비 5천 원 따로요.” 비행기도 못 탔는데 지갑이 먼저 이륙했다. 뒤늦게 보니 공항버스가 있었다. 좌석은 널찍, 기사님은 DJ처럼 방송까지. 택시는 편리했지만 오늘의 수업료였다. 길은 많아도 지갑은 하나라는 교훈만 남았다. ◇ 캐리어의 반란 체크인 카운터. 무심한 숫자 23.5kg이 떠오른 순간, 직원의 미소와 함께 초과요금이 날아왔다. 신발을 꺼내 간신히 통과했지만, 지퍼가 터지며 속옷이 반란군처럼 흩어졌다. 캐리어는 동맹군이자 배신자였다. 결국 체면을 팔아 요금을 아낀, 씁쓸한 승리였다
[뉴스트래블=관리자 기자] 2025년, 세계의 하늘길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주요 국제공항들은 하루 수십만 명의 여객을 처리하는 거대한 교차점으로 돌아왔다. 인천국제공항, 두바이 국제공항, 런던 히드로,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공항 등은 그 중심에 있으며, 이들의 혼잡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공항 운영 효율성과 여행자의 경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공항은 단순히 비행기를 타는 곳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교차하는 복합 공간이자, 국가의 관문이자 도시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얼굴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공간이 혼잡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피해는 여행자뿐 아니라 항공사와 공항 운영기관, 나아가 국가 이미지까지 영향을 받는다. ◇ 혼잡의 현실…숫자가 보여주는 공항의 숨겨진 문제 인천국제공항은 2025년 상반기 하루 평균 22만7000명의 여객을 처리하며, 특히 오전 6시부터 9시,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보안검색 대기 시간이 50분 이상으로 늘어나기 일쑤다. 저비용 항공사 증가로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간 이동 수요가 많아지면서 셔틀버스와 수하물 처리 시스템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두바이 국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스코틀랜드의 고원지대, 안개와 비가 뒤섞인 풍경 속에서 태어난 음식이 있다. 이름은 ‘해기스(Haggis)’. 양의 내장에 귀리, 양파, 향신료를 넣어 푹 끓여 만든 요리로, 처음 듣는 사람은 종종 “정말 먹는 음식 맞아?”라고 묻는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이 해기스가 스코틀랜드 정체성의 상징이자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이다. 매년 로버트 번스의 시를 낭독하며 해기스를 먹는 ‘번스 나이트’가 열리고, 식당마다 해기스를 테마로 한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다. 가난한 시절에 버려지던 재료로 만든 음식이 세월을 지나 스코틀랜드의 얼굴로 자리 잡은 셈이다. 시각적으로 화려하지 않고 조리법도 단순하지만, 첫 숟가락을 뜨면 놀랍도록 풍미가 깊고, 고원의 거친 기운이 입안에 은은하게 흐른다. 해기스는 한 나라의 역사와 생존의 지혜가 어떻게 ‘맛’으로 응축되는지를 보여주는 요리다. 해기스의 기원은 스코틀랜드보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유럽 전역에서 동물의 내장을 이용한 요리는 흔했다. 유목민들은 사냥한 가축의 내장을 바로 활용해 영양을 보충했고, 북유럽에서도 내장 소시지가 일상 음식이었다. 하지만 해기스가 현재의 형태로 정착된 것은 스코틀랜드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제주의 성산 일출봉에 올라 붉게 물드는 동쪽 하늘을 마주하면 숨이 멎는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오름이 만들어낸 풍경은 하와이의 화산 섬을 떠올리게 한다. 검은 현무암 해안과 파도 소리는 하와이 해변의 열기와 묘하게 닮았다. 산책로를 따라 오름과 해안 절벽을 거닐다 보면, 자연 속에서 사진과 기록으로 이어지는 여행의 순간을 만난다. 제주의 섬은 크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자연 풍광과 지형적 다양성은 하와이 못지않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면 바다와 숲, 돌담과 현무암 해안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마치 영화 속 장면을 걷는 듯한 기분이다. 여름철 해변에서는 서핑을 즐기거나 모래 위를 걸으며 파도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하와이는 세계적 서핑 명소로 활기차고 다양한 액티비티가 중심이지만, 제주는 한적함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자연과 친해지는 경험이 가능하다. 초보 서퍼나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특히 적합하다. 화산과 바다, 액티비티에서 느끼는 공통점과 차이점두 섬은 모두 화산과 바다를 핵심 매력으로 가진다. 성산 일출봉과 검은 현무암 해안, 하와이의 화산과 열대 해변은 시각적 매력이 비슷하다. 하지만 여행자가 체험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1592년, 진주성 위로 날아오른 ‘비차(飛車)’는 단순한 전투용 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늘을 향한 조선의 상상력이자, 한국 항공의 첫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1913년, 서울 용산 하늘에 일본의 ‘오토리호’가 모습을 드러내며 한반도 최초의 비행기가 등장했다. 1922년에는 안창남이 여의도 비행장에서 15분간의 비행을 선보이며 한국인 비행사의 시대를 열었다. 1925년에는 권기옥이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로 중국 운남 항공학교에 입학하며, 여성의 하늘 도전도 시작됐다. 1930년대에는 정기 항공 노선이 개설되고, 1949년에는 대한민국 공군이 창설되며 항공은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1953년, 국산 항공기 ‘부활호’가 개발되며 기술 자립의 불씨가 지펴졌고, 1969년에는 대한항공이 발족하며 민간 항공 시대가 본격화됐다. 1980~90년대는 국산 전투기 ‘제공호’, 훈련기 ‘KT-1 웅비’, 초음속 훈련기 ‘T-50’ 등으로 이어지는 항공 기술의 도약기였다. 인천국제공항 개항(2001)은 한국을 세계 항공 허브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됐고, 2024년 대한항공과 아시아
(샤먼=뉴스트래블) 박성은 기자 = 중국 푸젠성의 항구도시 샤먼은 중국 속 작은 유럽으로 알려져 있다. 이 샤먼은 중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 중 하나며,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샤먼을 대표하는 불교 사찰은 남보타사다. 중국 불교 4대 성지 중 하나로 절강성 보타산 남쪽에 위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나라 때 지어져 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의 모습은 청나라 강희제 때 재건됐다고 한다.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대표 가을 축제, 플리트 위크(Fleet Week)가 오는 10월 5일부터 13일까지 도심과 베이를 가득 채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이벤트는 미국 해군과 해병대의 정예 비행팀 '블루 엔젤스(Blue Angels)'의 고공 에어쇼다. 1946년 창설된 블루 엔젤스는 미국 최장수 비행 시범팀으로, 매년 약 70회의 공연을 통해 수백만 명 관람객을 매료시킨다. 올해 에어쇼는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진행되며, 주요 비행은 오후 3시경 도심 상공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리허설 비행은 행사 전날부터 미리 관람할 수 있어, 하늘을 미리 체험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관람 명소로는 크리시 필드(Crissy Field)가 가장 인기다. 비행기가 머리 위를 스치는 순간,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펼쳐진다. 마리나 그린(Marina Green), 아쿠아틱 파크(Aquatic Park), 트윈 픽스(Twin Peaks), 코이트 타워(Coït Tower) 등도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하며 에어쇼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특히 PIER 39에서는 화려한 비행과 함께 다양한 식음료, 공연,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S
(중국=뉴스트래블) 박성은 기자 = 중국 동북부의 해안 도시 대련은 산업과 자연, 역사와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도시다. 그 중심에는 대련의 정체성과 품격을 상징하는 두 공간이 있다. 바로 성해광장과 동강 음악분수광장이다. 이 두 명소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도시의 이야기를 품은 살아있는 무대이자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감성적 공간이다. ◇ 성해광장 – 도시의 심장, 기억과 미래가 교차하는 공간 1997년, 대련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성해광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원형 도시 광장으로, 도시의 중심이자 상징적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광장 중앙에는 ‘열린 책’ 형태의 조형물과 ‘100인의 발자국’이 설치돼 있어, 대련의 역사와 시민들의 삶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이곳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도시의 기억을 기록하고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구조물이다. 광장을 둘러싼 넓은 잔디밭과 꽃 정원, 음악 분수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하며, 바다와 맞닿은 해안선은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허문다. 특히 해질 무렵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조명 쇼와 분수의 조화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연인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 있는 산책 코스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전 세계 여행시장의 중심축이 ‘경험(consumption of experience)’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단순히 명소를 방문하거나 사진을 찍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의 생활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관광산업의 재편을 이끄는 결정적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글로벌 체험형 관광 시장이 이미 3조 달러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체험형 관광의 확산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여행자의 구조적 변화를 꼽는다. 자유일정 기반의 FIT가 주력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이들은 여행지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예약하며, 목적지에서 즉시 경험을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단순 방문 중심의 투어는 매력도를 잃어가는 반면, 지역의 생활문화·음식·공방·자연을 깊이 있게 경험하는 프로그램은 선택지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같은 변화는 외래객의 소비 패턴에서도 드러난다. 보고서는 체험형 소비가 숙박·식음·쇼핑을 넘어 지역의 소규모 경제 주체로 확장된다고 분석한다. 방문객이 현지의 로컬 브랜드 숍을 찾고, 공방 클래스에 참여하거나, 농장 투어·마을 체험 프로그램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마닐라 말라떼 중심가에 위치한 ZZYZX 클럽은 도시의 밤을 가장 뜨겁게 끌어올리는 공간이다. 입구부터 강한 베이스가 거리까지 울려 퍼지고, 보코보 거리의 네온 불빛 사이로 줄지어 들어서는 사람들로 주변은 이미 축제 분위기다. 클럽 내부는 중앙에 넓은 댄스 플로어가 자리하고 있으며, 양쪽 벽면에는 테이블과 소파가 배치되어 있다. 2층 VIP 라운지는 유리 난간 너머로 아래층을 내려다볼 수 있어, 고요한 시선 속에서도 리듬은 멈추지 않는다. DJ 부스는 무대 정면에 위치해 있으며, 곡이 바뀔 때마다 조명이 박자에 맞춰 색을 바꾸고, 천장에서는 스트로브 라이트가 터지듯 반짝인다. 사람들은 테이블 주변에서 음료를 들고 리듬에 몸을 맡기거나, 플로어 중앙에서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춤을 춘다. 음악은 EDM과 팝, K-pop이 믹스되어 끊임없이 흐르고, 간간이 현지 인기곡이 섞이며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공간은 혼잡하지만 흐름은 매끄럽고, 보안 요원들이 출입구와 주요 동선에 배치되어 있어 질서가 유지된다. 마닐라 말라떼의 심장, ZZYZX 클럽에서 펼쳐지는 새벽의 열기. 이곳에선 밤이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