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중국 음식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유독 자주 소환되는 장면이 있다. 살아 있는 원숭이의 머리를 열어 뇌를 먹는다는 이야기. 듣는 순간 얼굴이 굳고, 질문은 뒤로 밀린다. 정말 그런 음식을 먹는 걸까. 중국 광둥의 ‘원숭이 뇌 요리’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음식 신화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음식의 실체라기보다, 타문화에 대한 공포와 상상이 결합해 만들어낸 괴담에 가깝다. 이 편은 그 ‘먹히지 않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원숭이 뇌 요리는 중국 전통 요리서나 광둥 지역의 실제 식문화 기록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명·청대의 문헌, 근현대 미식 자료, 심지어 식문화 민속 조사에서도 이를 실제 음식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널리 퍼진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서구에서 중국을 ‘기이한 식문화를 가진 타자’로 소비해온 오랜 시선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중국에 대한 여행기와 식민지 보고서에는 과장과 왜곡이 빈번했다. 낯선 식재료, 내장 요리, 살아 있는 해산물을 조리하는 방식은 곧바로 ‘잔혹함’으로 번역됐다. 원숭이 뇌 이야기는 이런 맥락에서 증폭됐다. 실제로는 특정 문학 작품이나 풍문이 반복 인용되며 사실처럼 굳어진 경우가 많다.

광둥 요리는 오히려 중국 내에서도 가장 세련되고 정교한 요리로 평가받는다. 재료의 신선함을 중시하고, 조리 과정에서 맛의 균형을 중시한다. 생명체를 잔혹하게 다루는 방식은 광둥 요리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물론 중국 전역에는 다양한 식문화가 존재하고, 일부 지역에서 야생 동물을 식용으로 삼았던 사례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원숭이 뇌 요리’의 실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신화가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유는 음식이 문화의 가장 취약한 접점이기 때문이다. 언어보다 빠르게 오해가 퍼지고, 사실 확인 없이 감정이 앞선다. ‘먹는다’는 행위는 곧 도덕적 판단으로 이어지기 쉽다. 원숭이 뇌 요리는 그런 판단을 자극하기에 최적의 소재였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내부에서도 이 이야기를 대부분 부정하거나 황당한 소문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도시의 레스토랑, 농촌의 식탁 어디에서도 이 요리를 실제로 접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해외에서는 여전히 ‘중국의 엽기 음식’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다. 이는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서사의 문제다.

여행자는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실제로 먹히는 음식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오래된 이야기의 잔상을 소비하고 있는가. 광둥의 식탁에는 원숭이 뇌 대신 생선, 채소, 발효 소스, 그리고 계절의 맛이 올라온다. 현실의 음식은 언제나 신화보다 조용하다.

원숭이 뇌 요리는 먹히지 않았지만, 이야기로서는 끊임없이 소비됐다. 이 음식은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강해졌다. ‘있을 것 같다’는 상상만으로도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묻기 시작한다. 무엇이 진짜 이색 음식이고, 무엇이 만들어진 공포인가. 여행이란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오해를 걷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원숭이 뇌 요리는 중국 음식의 실체를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 자신의 시선을 드러낸다. 낯선 것을 얼마나 쉽게 괴물로 만드는지, 그리고 그 괴담을 얼마나 오래 믿고 살아왔는지를. 이 음식은 먹히지 않았지만, 질문은 분명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