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비자 면제 합의, 카타르의 ‘하야(Hayya)’ 비자 제도 개선 등 GCC 국가들이 잇따라 입국 규제를 완화하며 관광객과 국제 행사를 둘러싼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자 제도를 관광·MICE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관광공사 두바이 지사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관광객과 비즈니스 여행객을 대상으로 최대 90일까지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조치는 양국 간 관광 및 경제 교류 확대를 목표로 한 것으로, 직항 노선 증편 논의와 맞물리며 러시아발 사우디 방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의 비자 완화는 대형 이벤트와 레저 관광 수요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종교 관광 중심이던 기존 방문 구조에서 벗어나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문화 행사로 외국인 방문 목적을 다변화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비자 절차 간소화는 단기 체류 관광객뿐 아니라 비즈니스 및 전시·회의 참가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 역시 비자 제도 개선을 통해 관광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카타르는 GCC 거주민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하야’ 비자의 체류 기간을 기존보다 늘리고 복수 입국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단기간 방문에 그치던 주변국 거주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카타르를 오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조치가 2025 FIFA 아랍컵과 같은 대형 국제 행사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입국 절차 간소화는 행사 참가자와 관람객의 이동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카타르를 중동 내 대표적인 MICE 목적지로 자리매김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GCC 전반으로 보면, 비자 정책은 더 이상 단순한 출입국 제도가 아니라 관광 흐름을 설계하는 전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우디가 대형 시장과의 비자 면제를 통해 관광 저변 확대에 나섰다면, 카타르는 체류 편의성과 이동성을 강화해 반복 방문과 행사 중심 수요를 흡수하는 방식이다.
한국관광공사 보고서를 종합하면, GCC 국가 간 비자 완화 경쟁은 관광객 이동을 촉진하는 동시에 국제 회의, 전시, 스포츠 이벤트 유치 경쟁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노선 확대, 고속 교통 인프라 구축과 결합될 경우 중동 관광시장은 단일 국가 중심에서 역내 순환형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 각국이 관광 산업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는 가운데, 비자 정책의 유연성과 접근성은 향후 관광과 MICE 시장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