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긴 겨울의 침묵을 깨고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가 화려한 빛의 옷을 입었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펼쳐진 '제8회 자그레브 빛 축제(Festival Svjetla Zagreb)'는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서의 위상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이미 '포브스(Forbes)'가 2026년 유럽에서 방문해야 할 최고의 행사 중 하나로 꼽았으며, '유럽 베스트 데스티네이션스' 역시 전 세계 여행자들의 투표를 통해 이 축제를 월별 최고의 행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올해 축제는 자그레브의 중세적 정취가 살아있는 상부 도시(Gornji Grad)부터 현대적인 활기가 넘치는 하부 도시(Donji Grad)까지, 총 21개 장소에 설치된 26개의 독창적인 조명 작품들로 채워졌다. 매일 저녁 6시 30분이 되면 도심은 거대한 캔버스로 변모했고, 밤 11시까지 이어진 빛의 향연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봄의 시작을 선사했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예술과 환경의 공존'이다. 개막작인 '블루 펄스(Blue Pulse)'는 세계자연기금 아드리아 지부(WWF Adria)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3D 매핑 기술로 구현된 심해의 풍경은 시각적 경이로움을 주는 동시에,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쓰레기로 위협받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관람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해외 작가들의 참여도 돋보였다. 프랑스 작가 샤를 페티용은 자그레브의 상징인 파란 트램 내부에 수많은 하얀 풍선을 채워 넣은 '자그레브 인클로저 타임'을 선보였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숨을 쉬듯 점멸하는 빛은 분주한 도심 속에서 정지된 시간의 미학을 경험하게 했다. 또한, 인공지능(AI)과 동작 감지 센서를 활용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야생 난초가 피어나는 '오프리스(Ophrys)'는 기술과 자연의 조화를 보여주는 백미로 꼽혔다.
자그레브 시 관광청은 이번 축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FOL 모바일 앱'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방문객들은 앱을 통해 21개 전시장 위치와 작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최적의 관람 동선을 짰다.
한국 여행자들에게도 자그레브는 한층 가까워질 전망이다. 오는 7월 2일부터 티웨이항공이 인천-자그레브 직항 노선을 주 3회(화·목·토) 운항할 예정으로, 약 11시간이면 크로아티아의 관문에 닿을 수 있다. 서유럽 대비 합리적인 물가와 '자그레브 카드'를 활용한 편리한 교통 인프라는 덤이다.
어둠 속에서 피어난 26개의 섬광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자그레브를 세계적인 문화 관광의 중심지로 각인시켰다. 찬란한 빛으로 봄을 깨운 이 도시는 이제 전 세계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 최상단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