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대한민국은 3390개의 보석 같은 섬을 품은 국가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위기감이 역력하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한 특화 콘텐츠 발굴 및 육성방안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보복 소비성 여행 수요가 폭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섬을 찾는 발길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운조합의 내부 지표는 이 냉혹한 현실을 수치로 증명한다. 2022년 1091만 명에 달했던 연안여객선 외지인(도서민 제외) 수송 실적은 2023년 999만 명으로 주저앉더니, 2024년에는 929만 명까지 추락했다. 불과 2년 사이 관광객 160만 명이 증발한 셈이다. 여행 트렌드가 휴식과 소규모 체험 중심으로 재편되며 섬에 대한 온라인 언급량은 늘었지만,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 동력은 오히려 급격히 식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딜 가나 똑같다”...자기복제가 부른 ‘단발성 관광’의 늪
관광객들이 섬을 외면하는 근본 원인은 콘텐츠의 ‘자기복제’에 있다. 보고서는 현재 섬 관광이 자연 감상이나 트레킹 같은 정적인 활동에만 과도하게 쏠려 있다고 진단한다. 지자체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데크 로드와 벽화 마을, 차별성 없는 특산물 식당들이 섬마다 반복되면서 “어느 섬을 가도 경험이 비슷하다”는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이는 결국 “한 번 가봤으면 됐다”는 인식으로 이어져 재방문 의사를 꺾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열악한 접근성은 이러한 위기에 기름을 붓는다. 국내 유인섬 480개 중 육지와 연결된 ‘연륙 섬’은 단 21.5%에 불과하다. 나머지 섬들은 결항률 16%에 달하는 해상 교통에 의존해야 한다. 특히 포항(33.0%)이나 제주(34.3%)처럼 결항률이 30%를 상회하는 지역의 경우, 관광객 입장에서는 여행 전체를 망칠 수 있는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배에 올라야 하는 실정이다.
상위 1%가 독식하는 시장…소외된 섬들의 ‘조용한 소멸’
극심한 양극화도 뼈아픈 대목이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 통영, 인천, 울릉도 등 인지도가 높은 특정 지역이 언급량의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다. 실제 수송 실적 역시 울릉도(37.6만 명), 가파도(28만 명), 독도(24.1만 명) 등 상위 기항지에만 쏠려 있다.
반면 전체 유인섬의 82.7%를 차지하는 5㎢ 미만의 소규모 섬들은 대중의 관심 밖에서 조용히 소멸하고 있다. 보고서는 “단순히 시설을 짓고 길을 닦는 하드웨어 중심 개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섬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콘텐츠의 혁신’ 없이는 3390개 섬의 미래도 없다는 경고다.






